■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경애 (산타원정대)
시국이 시국인지라 연말 분위기는 좀 덜 납니다마는 그래도 내일 모레는 기쁜 날, 크리스마스입니다. 크리스마스 앞두고 제일 바쁜 건 역시 산타들인데요. 아이들에게 꿈을 주기 위해서 몰래몰래 활약하고 있는 산타들 중 한 분을 오늘 화제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지금 혹시 어린 아이가 옆에 있으면 같이 듣고 있으면 잠깐만 저쪽으로 보내셔도 좋겠습니다. 10년째 산타클로스로 분하고 있는 할아버지가 아니고 할머니세요. 강원도의 산타할머니 박경애 씨 만나보죠. 산타할머니 안녕하세요?
◆ 박경애>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진짜로 산타복 입고 수염 붙이고 변장하고 그러고 가시는 거예요?
◆ 박경애> 네.
◇ 김현정> 벌써 10년째. 실례지만 연세가 얼마나 되십니까?
◆ 박경애> 저는 63세요.
◇ 김현정> 아유, 할머니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젊으신네요? (웃음)
◆ 박경애> 네. (웃음)
◇ 김현정> 주로 찾아가는 곳은 어디세요?
◆ 박경애> 어려운 이들이 있는 곳이면 아무 데나 다 갑니다. 소외시 된 아이들, 이런 데 다 찾아가요.
◇ 김현정> 부모들이 챙겨줄 형편이 안 되는 가정들을 골라서. 아이들 몰래 가시는 거죠, 갑자기?
◆ 박경애> 그렇죠. 아이들 몰래 가죠.
◇ 김현정> 문 열고, 현관문 열고 들어가는 거예요?
◆ 박경애> 네. 가족들은 알고 있어요. 들어가면서 메리 크리스마스 하고 가면 아이들이 ‘어? 할머니 산타다.’ ‘남자 할아버지가 아니네?’ 이런 아이들도 있고 굉장히 좋아하고 즐거워하고 그래요.
◇ 김현정> 저기 할머님. 실제로 딩동딩동하고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한번 해 주세요, 진짜처럼.
◆ 박경애> ‘여러분, 우리 친구들 그동안 잘 지냈어요? 이 산타 할머니가 오늘은 이 집에 귀한 선물을 가지고 왔어요.’
10년째 산타원정대로 활동중인 박경애 씨 (사진=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 김현정> 아, 그렇게요? (웃음) 메리 크리스마스 이러면서?
◆ 박경애> 네. 메리크리스마스~ 그렇게 해요. (웃음)
◇ 김현정> 와, 그러면 애들이 진짜 깜짝 놀라겠는데요?
◆ 박경애> 네, 그리고 일단 산타복 입은 것 자체만 봐도 굉장히 즐거워해요. 선물보다도.
◇ 김현정> 그렇죠. 그런데 ‘이게 진짜예요, 가짜예요?’하면서 수염 떼 본다든지 벗겨본다든지 이런 짓궂은 아이들 없어요?
◆ 박경애> 그건 유치원 아이들이요. 작은 아이들이 막 품에 안기면서 이렇게 보면서 살피면서 뜯어보기도 하고, ‘산타할머니도 있네?’ 하면서 굉장히 신기해하면서 많이 쳐다봐요.
◇ 김현정> 그래요. 그런데 산타클로스 하면 사실 핵심이 선물 아닙니까? 선물은 어떻게 준비하시는 거예요?
◆ 박경애> 선물은, 저는 이렇게 해요. 제가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어요.
◇ 김현정> 아, 식당하세요?
◆ 박경애> 네, 식당. 그런데 옛날에 흔들어먹는 도시락이라고 앵커님은 아시는지 모르겠어요.
◇ 김현정> 흔들어먹는 도시락?
◆ 박경애> 네. 흔들어 먹는, 옛날에 신김치 깔고 채소 깔고 콩나물 깔고 들기름 쳐서.
◇ 김현정> 아, 양은도시락통에?
◆ 박경애> 그렇죠. 우리 한국사람 입맛에 딱 맞는 그런 도시락 팔고 있는데요. 첫 손님 거, 그걸 3000원씩 팔아요. 첫 손님 걸 3000원, 3000원 모아가지고 1년을 모으면 109만 5000원이 돼요. 그걸 제가 12월 초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갖다 줘요. 그럼 거기서 재단 측에서 그 아이에 맞는 물건을 사서 포장해서 저희가 전달을 하죠.
◇ 김현정> 그러니까 식당을 하는데 맨 처음 손님의 그 3000원, 그걸 매일 모아서 109만 원을 모아서 크리스마스에 기부를 하시는 거예요?
◆ 박경애> 그렇죠. 109만 5000원. 그 선물 받아들고 즐거워하는 그 모습이 잠시나마라도 내가 보기에는 너무 좋아서요.
◇ 김현정> 너무 좋아서, 너무 좋아서. 대단하세요. 지난 10년 동안 제일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다면?
◆ 박경애> 할머니하고 사는 윤우라는 아이가 있었어요.
◇ 김현정> 할머니하고만 사는 부모님은 안 계시고?
◆ 박경애> 네. 할머니하고. 부모님하고 헤어지고 할머니하고 사는데 중학교 다녔어요. 그런데 이 아이가 늘 운동화가 해졌었어요. 축구는 좋아하는데 운동화는 살 돈 없고 축구화 살 돈고 없고 굉장히 가난한 아이 었어요. 그래서 애들 축구하는 걸 계속 지켜보고 자기는 뛰지도 못하고 그러다가, 아이들 축구하는 걸 보다가 어떤 아이가 다쳤어요, 다리를요. 그래서 걔가 축구화를 벗었어요. 그러니 얘가 참 너무 신고 싶었던 거예요. 그게. 그래서 윤우가 ‘야, 너 네 다리 다쳤으니까 내가 한 번만 딱 신어볼 테니까 한 번 빌려달라’ 그랬더니 이 아이가 안 빌려줬대요. 그 아이 옆집에 사는 사람이 저랑 굉장히 친한데 나한테 그런 얘기를 해 주길래 올해는 저 아이한테 축구화를 선물해야 되겠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 그 아이한테 가는 거예요.
◇ 김현정> 세상에. 그렇게 해서 그 축구화를 싸가지고 갔을 때 윤우가 얼마나 좋아하던가요?
◆ 박경애> 엄청 좋아하죠. 가슴에 꼭 안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팔팔 뛰고 내 손을 붙들면서 울더라고요, 너무 좋아서. 그 아이가.
◇ 김현정> 세상에, 세상에. 그런 보람을 잊을 수 없어서 한 해, 한 해 한 것이 벌써 10년. 이런 분들이 계셔서 우리 성탄이 복된 성탄이 되고 따뜻한 성탄이 되는 걸 텐데요. 박경애 산타 할머님! 끝으로 어른들이 많이 듣고 계세요.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어른들이요. (웃음) 그분들한테 산타 대표로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라고 인사 한번 우렁차게 해 주시겠어요?
◆ 박경애>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모든 여러분들 크리스마스를 즐겁고 행복하게, 인생은 사는 것이 별것이 아니더라고요. 내가 실천하고 작은 기부도 하면서 씩씩하게 잘 삽시다. 메리 크리스마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산타 할머니가 이렇게 메리 크리스마스 외쳐주시니까 완전 성탄 기분 납니다.
◆ 박경애> 감사합니다. (웃음)
◇ 김현정> 좋은 크리스마스 보내시고요. 올해도 잊지 말고 주변의 아이들 잘 좀 돌봐주세요. 고맙습니다.
◆ 박경애>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김현정> 강원도에 사시는 산타 할머니. 10년째 산타 할머니하고 계세요. 박경애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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