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랍비가 심부름하는 사람에게 시장에 가서 가장 맛있는 것을 사오라고 일렀다. 심부름하는 사람은 혀를 사서 돌아왔다. 이틀 후에 랍비는 그 심부름하는 사람을 불러 오늘은 값싼 것을 사오라고 시켰다. 이번에도 심부름하는 사람은 혀를 사서 돌아왔다.
랍비가 말하였다.
“저번에는 맛있는 것을 사오라니까 혀를 사왔고, 이번에는 값싼 것을 사오라고 했더니 또 혀를 사왔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심부름하는 사람이 대답했다.
“혀가 좋으면 이보다 좋은 것이 없고, 나쁘면 이보다 나쁜 것이 없습지요.”
- <가장 맛있는="" 것,="" 가장="" 값싼="" 것="">(191쪽)
<영혼을 깨우는="" 지혜="" 수업="">은 수피, 사막 교부, 선사, 랍비가 들려주는 지혜의 이야기 82편을 소개한다.
이슬람의 영적 신비가를 가리키는 ‘수피(sufi)’라는 말은 ‘양털’을 뜻하는 아랍어 ‘수프(suf)에서 유래했다. 7세기경 이슬람 수도자들 중 일부가 흰 양털로 만든 외투를 입고 금욕적 태도로 수행을 하며 신과 합일을 추구했는데, 8세기부터 이런 수도자들을 ‘양털 옷을 입은 자’라는 의미로 ‘수피’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수피들은 세속에서 성직자, 정치가, 상인, 농부, 뱃사공 같은 직업을 가지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도 금욕과 고행, 청빈한 생활을 중시하고 신과의 합일에 이르는 이상을 추구했다. 이들은 주로 재치 넘치는 우화나 재미있는 비유를 통해 신의 가르침을 전했다.
한 수피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의 가르침을 받았습니까?”
수피가 말했다.
“개입니다. 어느 날 물가에 있는데도 갈증에 허덕이는 개를 한 마리 보았습니다. 그 개는 몹시 목이 타는 듯했지만 물 위에 자기 모습이 비치면 화들짝 놀라 내빼곤 했지요. 그놈은 물 위에 비친 자기 모습이 딴 개라 생각해서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러다 마침내 그 개는 두려움을 물리치고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 순간 ‘딴 개’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지요.” - <개가 준="" 가르침="">(27쪽)
4세기경 이집트, 팔레스티나, 페르시아의 사막에는 하느님과 더 깊은 일치를 이루고자 세속을 떠나 사막으로 간 은둔 수도자들이 있었다. 그 수도자들을 ‘사막 교부’라고 불렀다. 사막 교부들은 홀로 토굴이나 독방에서 머물며 깊은 고요와 침묵을 유지하고 오로지 기도와 노동으로 이루어진 삶에 헌신했다. 사막 교부들은 겸손하고 말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가르침을 구하는 사람들이 계속 찾아왔기 때문에 간단하게라도 물음에 답을 주어야 했다. 이들은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나 비유를 통해 가르침을 주었는데, 6세기경 펠라기우스와 요한이 그 이야기들을 엮어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을 펴냈다. 사막 교부들의 일화는 “모든 것을 신께 내맡기고 한순간의 거짓과 허영도 용납하지 않으며 순수한 영혼으로 자신을 정화해 가는 지극한 구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 수사가 교부에게 물었다.
“만일 수도자가 유혹에 넘어간다면, 그는 진보의 길에서 벗어나 추락한 셈이니 고뇌가 무척 클 것입니다. 웬만큼 애써서는 다시 일어서기 어렵겠지요? 그와 반대로 막 세속에서 온 사람은 처음부터 출발하는 것이니 줄곧 진보할 것 같습니다.”
교부는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대답했다.
“유혹에 넘어간 수도자는 말하자면 무너진 집과 같다네. 잘 생각해보면 그 무너진 집을 재건할 수 있지 않겠나? 땅과 석재, 목재 같은 많은 재료를 거기서 발견할 수 있으니 말일세. 게다가 집짓기를 위해 터를 파거나 기초 공사를 해본 경험이 있으니 더 빨리 진보할 수 있다네. 필요한 재료 하나 없이 언젠가 완성되기를 희망하며 처음 작업을 시작하는 사람보다는 말일세.” - <한 채의="" 무너진="" 집="">(83쪽)
본래 ‘선사(禪師)’는 선종의 법리에 통달한 승려를 가리키지만, 이 책에서는 부처의 가르침을 따라 서로 다른 여러 수행법을 통해 높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승려를 모두 아우르는 넓은 의미로 쓴다. 그동안 여러 책에서 소개된 선사들의 수행담과 일화는 특히 중국과 한국 고승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그에 비해 이 책에는 중국 명나라 운서 주굉 스님이나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의 수월 스님 같은, 중국과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선사들의 일화를 비롯해 티베트, 일본, 남방불교 스님들의 일화를 두루 담았다.
열심히 수행하는데도 마음의 불안이 가시지 않아 답답해진 제자가 어느 날 스승께 여쭈었다.
“스승님, 저는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했습니다. 스승님께서 보살펴주시기를 청합니다.”
그러자 스승이 말했다.
“그대의 마음을 가져오라. 마음에 평화를 주리라.”
불안한 마음을 가져오라는 말에 제자는 자신을 살펴보았으나 마음을 찾을 길이 없었다. 제자가 답했다.
“마음을 찾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찾아진다면 어찌 그것이 그대의 마음이겠는가? 나는 벌써 그대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었느니라.”
이 말씀에 제자는 그 자리에서 크게 깨달았다. - <그대의 마음을="" 가져오라="">(127쪽)
유대교의 현인을 가리키는 ‘랍비(rabbi)’의 어원은 ‘나의 선생님, 나의 주인님’이라는 뜻의 히브리어이다. 어원에서도 드러나듯이 랍비는 성직자가 아니라 종교 지도자에 가까웠다. 랍비들은 오랫동안 나라 없이 떠돌던 유대인들에게 성서의 가르침을 전하고 율법을 지켜 나가도록 이끈 유대교의 영적 구심점이었다. 랍비의 일화는 《탈무드》를 중심으로 알려진 것이 대부분인데, 주로 세상의 분쟁과 갈등, 인간 관계와 처세에 관한 지혜를 다룬 것이었다. 이 책에서는 그보다 영혼의 스승으로서 랍비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일화들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랍비의 제자 하나가 물도 밥도 먹지 않고 며칠째 동굴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 소식을 들은 스승 랍비가 곧장 동굴로 달려가 야위고 쇠약해진 젊은 제자에게 말했다.
“너의 방법은 틀렸다. 단식하는 것으로는 성자가 될 수 없어.”
그러자 제자가 대답했다.
“하지만 스승님은 당신의 스승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습니다. 그가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몇 주일 동안을 지내 기적을 일으킬 정도로 위대한 현자가 되었다고요.”
스승 랍비가 말했다.
“사랑하는 제자야, 나의 스승은 분명 산속에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며칠을 보냈다. 그런데 그분은 늘 먹을거리를 지니고 나갔지만 먹기를 잊었던 게야.”
- <단식과 성자="" 되기="">(185쪽)
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