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좌)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자료사진/노컷뉴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청문회에 불출석한 이유에 대해 "청문회 나갔으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따귀를 때리는 사고를 일으킬까 걱정돼 자제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27일 방송하는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청문회 불출석 이유를 밝혔다. 그는 지난 22일 열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했다.
정관용 앵커가 "왜 청문회에 나가지 않았느냐"고 묻자, "나 역시 이 상황을 이렇게 만든 데 큰 역할을 했고, 막지 못한 책임이 있는 죄인인데, 남들 보는 앞에서 서로 잘했네 하며, 남의 죄를 고발하는 모습이 유쾌하지 않다고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회 청문회를 보니, 특히 새누리당 의원들 하는 짓들 보니까 진정성도 없는데 저기 가서 내가 그들이 쇼하는데 소품 역할을 할 필요가 있겠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농담으로 생각할지 몰라도 제가 좀 인격이 여물지 못해서 혹시 나갔다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보면 혹시 따귀를 때린다든가, 하다 못해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사고를 일으킬 수 있겠다 하는 걱정을 스스로 했기 때문에 청문회 출연을 자제했다"고 밝혔다.
그랬던 그가 언론 인터뷰에 응한 이유에 대해서는 "김기춘 실장의 뻔뻔한 위증을 보면서"라고 답했다.
유 전 장관은 "그 모습(김 전 실장의 청문회 위증)을 보면서 제가 어떤 방식으로든 구정물에 손을 담그고 얘기를 해야겠다. 얘기를 해서 어떻게든 사실을 관계를, 제가 아는 진실을 밝히는 게 도움이 되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또 "특검이 (문체부에 대해) 정식으로 수사에 착수를 했다는 것은 저는 정말 역사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제가 아는 것을 모두 말씀드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전날인 26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편, 유 전 장관은 문체부 공무원들을 향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정치 집단들은 항상 국가의 사무를 보고 있는 공무원들을 흔들려고 한다"며 "일부 부화뇌동하는 탐관오리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 공무원들은 정말 사명감을 갖고 양심적으로 열심히 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체부 공무원들을 향해 "이번 일로 굉장히 마음이 상하겠지만, 너무 실망하지 말고 여태까지 가져왔던 것처럼 공정하고 양심적이고 정의롭게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국민들을 향해서는 "단언컨대 저는 90% 이상의 공무원들은 양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때문에 그분들이 양심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믿음을 주시고, 양심적으로 일해도 피해를 보지 않는 제도를 보장해주심으로써,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해지고 더욱 더 굳건하게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내부고발자들에 대한 보호, 그 사람들을 백안시하지 않는 문화 풍토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블랙리스트로 인해 피해를 본 문화예술인들을 향해서는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렵지만 문화예술인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이번에 정말 치사하고 기분 나쁜 일을 오랫동안 당하셨지만, 잠시 지나가는 거라고 생각하고, 다시 용기를 갖고 우리 문화예술을 발전시키는 데 모두 힘을 합치기 위한 노력을 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