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드론 택배 서비스 '프라임 에어' (사진=자료사진)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과제로 드론(무인비행체) 상용화를 적극 추진하고 나섰지만, 정작 배달업계 노동자들은 장밋빛 미래처럼 보이는 드론 배달 소식을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불황 속에도 인터넷 쇼핑 업계만은 거래 규모가 지난해 11월 사상 처음으로 월 6조원을 넘기며 나홀로 호황 중이다.
이처럼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인터넷 쇼핑 업계가 주목하는 '미래 먹거리'는 다름 아닌 드론 배달.
전세계적으로도 아마존이나 DHL UPS 등 기존 물류업계의 공룡들 뿐 아니라 구글과 페이스북과 같은 첨단산업의 거인들도 드론 배달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물류업체로 꼽히는 UPS는 지난해 10월부터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드론으로 의약품을 공수하기 시작했고, 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 아마존도 지난달 드론을 이용한 첫 상업 배달에 성공했다고 밝혀 사상 처음으로 드론 배달의 상용화에 성공했다.
또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드론으로 식품·음료를 배송하는 온라인쇼핑 서비스를 준비한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세계 1위 회계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드론이 물류 업계에서만 13억 달러 규모의 노동을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역시 지난해부터 관련 제도를 검토해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각종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사람이 직접 가기 힘든 발전소 등 에너지 시설을 점검하거나 도서지역의 우편배달에 드론을 활용하는 실증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안전 문제로 금지됐던 가시거리 밖·야간 비행도 가능하도록 특별 운항허가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드론과 같은 첨단기술이 급속도로 노동시장에 파고들면서 일자리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은 아직 전무한 실정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아직 드론이나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은 도입 단계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까지 마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향후 기술 발전과 도입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겠다"고 밝혓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조 조직률이 낮고, 열악하기 짝이 없는 배달업계 노동자들이 드론 배달과 같은 새로운 기술에 삽시간에 휩쓸릴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경기 가평우체국 집배원 김모(51)씨는 택배 상자를 배달하다 쓰러져 숨졌다. 김씨를 포함해 지난해 일하다 길에서 숨진 집배원 노동자만 6명이나 된다.
이들의 죽음을 부른 범인은 배달 노동자들에게 강요되는 장시간 고강도 노동이라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운동연구소에 따르면 집배원의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55.9시간으로, 2015년 경제활동인구조사 통계의 43.6시간보다 12.3시간이나 많다.
또 민간 택배 사업의 배달노동자들도 하루 12시간씩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지만, 개별사업자이자 특수고용신분으로 분류돼 노동 3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심동진 조직국장은 "드론 배달 등 첨단 기술 관련 연구는 대부분 기업연구소에서 진행하고 있어 노동자가 아닌 자본가의 이윤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이들을 모아 재구성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기술이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권리를 침해하는 '편향적 기술 진보'에는 반대"한다며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 발달이 되도록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