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12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삼성 합병 의혹과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에 대한 특혜 지원을 파헤쳐온 특검팀이 사건의 정점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12일 오전 9시 30분 소환한다.
그동안 줄기차게 삼성을 겨눠온 특검은 출범 23일 만에 삼성의 최고 책임자인 이 부회장에 대해 직접 수사를 하게 됐다.
11일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을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소환한다"며 "이 부회장의 신분은 피의자"라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이어 "뇌물공여가 될지 제3자 뇌물공여가 될 지는 소환해서 조사해 봐야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원론적으로 가능한 부분"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삼성 관련 피의자들은 이 부회장 조사가 끝난 이후에 일괄적으로 사법처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이 부회장의 조사 이후 삼성 임원진들에 대한 특검의 대대적인 칼바람이 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특검은 지난 9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과 장충기 차장을 소환 조사하면서 사실상 삼성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져 이 부회장의 소환은 이미 예견됐다.
특검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그룹이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일가를 지원하는 과정에 주목해 왔다.
특검은 조사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최 씨 일가 지원을 직접 지휘하고 보고 받았다는 삼성 고위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25일 청와대 안가에서 박 대통령과 독대한 이 부회장이 삼성 합병의 대가로 최 씨 일가를 지원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독대 직후 그룹 임원들을 소집해 최 씨 일가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는 제보 등을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최 씨의 독일 현지법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20억 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었고, 최 씨 주도로 설립된 미르·K스포츠재단에는 204억 원을 출연한 것도 박 대통령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최 씨 조카 장시호 씨가 운영하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 원을 지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검팀은 또 구속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국민연금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지시를 했고 이를 청와대와 논의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