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열사 추모 영상 상영 모습 (사진 = 부산CBS 강동수 기자)
6월 민주항쟁의 발단이 된 박종철 열사의 죽음이 오늘로 30주년을 맞았다.
박 열사의 고향인 부산에서 열린 30주기 추모식은 고인이 꿈꿨던 민주사회를 완성하기는 커녕, 오히려 민주주의의 퇴보를 막아내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과 참회, 새 다짐들로 가득했다.
박종철 열사가 경찰의 물고문으로 숨진지 30년째를 맞는 14일 오후 4시 부산진구 소민아트센터에서는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와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주관으로 3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박 열사의 모교인 혜광고 동문과 유가족, 옛 민주화운동 관계자, 일반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박 열사의 서울대 선배인 원동욱 동아대 교수의 여는 노래로 추모식은 시작됐고, 추모 영상 상영과 추도사와 추모시 낭송, 박종철합창단 노래공연, 유족인사 순으로 행사는 진행됐다.
추모식을 주최한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문정수 이사장은 인삿말을 통해 "박종철 열사가 떠난지 어느덧 30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열사의 죽음으로 비롯된 6월 항쟁으로 직선제 개헌을 통한 절차적 민주주의만 이뤘을 뿐,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완성하지 못했다"며 "열사의 숭고한 죽음의 뜻을 되살려 법치가 작용하고 모든 사람이 함께 잘사는 공동체를 만들자"고 말했다.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식 (사진 = 부산CBS 강동수 기자)
이어 추모사를 낭독한 송기인 신부도 "남은 우리는 박종철 열사가 세우려던 민주주의 사회를 지키지 못한 죄를 지었다"며 "비선실세와 블랙리스트, 천문학적 치부, 온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300여 명의 어린 학생이 수장되고 백남기 농민이 목숨을 잃은 이 세상을 100만개의 촛불로 고쳐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방문 중 추모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 청년의 죽음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대한민국을 바꿨다"고 운을 뗀 뒤, "30년이 지나도록 열사가 꿈꾼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열사가 부활한 촛불 광장이 세상을 바꾸고 있는 만큼 2017년 한해는 새로운 정권, 새로운 대한민국이 서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30년전 부산민주시민협의회 사무국장을 맡아 호헌철폐 운동을 이끌었던 김재규 이사장은 "열사의 죽음은 침묵하고 숨죽여 있던 국민을 깨우고 민주화를 향한 거대한 저항의 길에 나서게 했으며, 국민 스스로 주권재민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지금 거리에서 펼쳐지는 촛불항쟁은 박근혜 정권의 퇴진만을 목표로 하지 않고, 오래된 적폐의 청산과 새로운 민주사회를 만들어 누구나 평등한 권리를 갖는 나라, 반칙과 특권이 없는 나라, 국가폭력이 없는 나라, 아이를 낳아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나라,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나라, 부의 불평등이 대물림되지 않는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며, "박종철 열사가 끝까지 우리를 지켜보고 지혜와 용기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철합창단의 노래 공연 (사진 = 부산CBS 강동수 기자)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이강원 이사와 부산지역대학민주동문회연석회의 신병륜 상임대표도 "1987년 20대 청년이었던 자신들은 50대를 넘긴 중장년층이 됐지만, 당시의 우리와 같은 대학생이 된 아들·딸이 함께 촛불을 들고 광장에 서 있다"며 "박종철 열사는 다시 민주주의를 외치는 우리 국민들 가슴에 되새겨지고 있으며, 지난해 가을부터 석달간 이어진 장엄한 첫만 촛불로 다시 타올라 진정한 민주주의를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종철 열사의 부친인 박정기씨는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박 열사의 누나 박은숙 씨 등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연단에 올라 유족인사를 전했으며, 이후 이어진 서면 촛불집회에도 함께하며 촛불의 열기를 북돋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