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스틸컷. (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애니메이션과 OST의 인기는 직결된다. 실사 영화도 물론 그렇지만 애니메이션에서 OST는 그 세계관을 구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OST 곡 '인생의 회전목마'가 국내에서 여전히 회자되는 것처럼.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도 예외는 아니었다. 흥행과 함께 곧바로 관객들에게 벅찬 떨림과 감동을 줬던 OST 곡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번 애니메이션에서 '레드윔프스'라는 밴드와 단독으로 OST 작업을 했다. 그래서 영화 전반에 흐르는 경쾌하면서도 서정적인 밴드 음악들은 모두 '레드윔프스'의 작품이다.
'너의 이름은.'은 현재 대작들 공세 속에서도 200만 관객을 돌파하고 그야말로 흥행 질주 중이다. 국내 관객들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OST를 만든 '레드윔프스'의 보컬 노다 요지로가 한국을 방문했다.
일본 밴드 '레드윔프스'. (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노다 요지로는 18일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애니메이션이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들어서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관객들에게 직접 인사를 하다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한국을 찾은 이유와 소감을 전했다.
그도 처음부터 '너의 이름은.'의 성공을 예견한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노다 요지로는 "좋은 작품이라 가늘고 길게 오래 갈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1년 반 동안 OST 작업을 했는데 제한을 두지 않고 했다. 첫 OST 작업이었지만 해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결과가 좋아서 기쁘다. 한국 관객들 앞에서 직접 연주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다른 음악 작업과 달리 OST 작업은 감독과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OST는 결국 음악을 통해 감독이 가진 세계관을 구현해야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노다 요지로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정말 대화를 많이 나눴다. 10곡이 넘는 OST 곡을 만들면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최종 결정권이 감독에게 있긴 했지만 작업 자체는 즐거웠다. 정말 새로운 방식이었고, 내가 발견하지 못한 나를 끄집어 낼 수 있더라. 물론 서로 양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의 작업이 어땠는지 설명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작품의 전반적인 음악 작업을 모두 '레드윔프스'에 맡겼다. OST를 들어보면 다른 애니메이션 OST와 달리 가사가 있는 곡도 다수라, '레드윔프스'의 또 다른 앨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노다 요지로는 "가사가 있는 곡이 4곡이나 돼서 위화감이 들더라. 괜찮느냐고 물어봤는데 가사와 관계 없이 개성 넘치는 곡이 중요했던 것 같다. 대사를 빼면서도 가사를 넣기도 하더라. 어디에도 없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감독의 의지와 발상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애니메이션이 완성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레드윔프스'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케치에 의존해 곡을 구상할 수밖에 없었다.
노다 요지로는 "애니메이션을 보지 못한 채 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신 포인트가 되는 중요한 부분이 그려진 스케치를 봤다. 거기엔 인물들의 구체적인 표정이나 감정은 없어서, 시나리오를 몇백 번을 함께 읽었다.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면서 내 것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완성된 음악이 애니메이션 안에 살아 움직일 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는 전언이다.
노다 요지로는 "스케치가 그렇게 아름다운 영상으로 탄생한 것이 충격이었다. 가사가 있는 음악이 위화감을 주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내 목소리가 너무 크게 나와서 부끄럽긴 했다. 우리가 정말 일심동체가 돼 영화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