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냈다' 이상호가 19일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스노보드 대회전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보드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삿포로=노컷뉴스)
강원도 배추밭을 뒹굴던 꼬마가 아시아 정상에 섰다. 한국 스노보드 간판 이상호(22 · 한국체대)가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 나선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한국 스노보드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이상호는 19일 일본 삿포로 데이네 스키장에서 열린 대회 스노보드 남자 대회전에서 1, 2차 합계 1분35초76으로 22명 출전 선수 중 1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금 소식이다.
1차 시기에서 이상호는 51초94로 최보군(상무)에 0.08초 앞선 1위를 차지하며 금빛 질주를 예감했다. 2차 시기에서도 이상호는 43초82로 두 번째로 빨랐지만 합계 성적이 가장 좋았다. 최보군은 2차에서 44초42를 기록해 1분36초44로 경기를 마쳐 2위에 올라 은메달을 따냈다.
이상호는 어린 시절 배추밭에서 스노보드에 입문한 일화로 유명하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부터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고랭지 배추밭에 아버지가 만들어준 눈썰매장에서 보드를 탔다. 어린이용 보드가 없어 성인용 중 가장 작은 것을 탔던 이상호는 이후 사북초교 4학년 때부터 스노보드 알파인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주니어 무대에서 승승장구했다. 2014년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주니어선수권 대회전 은메달, 이듬해 금메달과 회전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대한스키협회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강원도와 한국을 벗어나 유럽 전지훈련을 통해 실력을 쌓은 이상호는 세계에서도 통했다.
이상호가 2013-014시즌 세계주니어선수권 등에서 받은 상을 들고 포즈를 취한 모습.(자료사진=스포티즌)
성인 대회에서도 서서히 두각을 나타냈다. 2013-14시즌 52위에 그쳤던 FIS 월드컵 최고 성적이 2014~15시즌 24위, 2015~16시즌 12위로 급상승했다. 그러더니 지난해 말 2016-2017 FIS 월드컵 평행 대회전 결선에서 4위까지 올랐다. 역대 한국 선수 최고 기록으로 세계 랭킹을 6위까지 끌어올렸다.
이상호는 그러나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에서 한번 좌절을 맛봤다. 일주일 전 평창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예선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아픔만큼 성숙해졌다고 이상호는 일주일 만에 우려를 날렸다. 첫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일을 냈다. 아시아를 정복한 이상호는 20일 회전 종목에서 2관왕에 도전한다.
그러나 이상호의 목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첫 메달을 노린다. 한국 스키 종목 사상 첫 동계올림픽 메달이다.
이상호는 지난해 말 기자회견에서 "현실적으로 올림픽 메달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경험을 보완해야 하지만 테크닉과 멘탈 모두 메달권이라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자신한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상호의 '평창 프로젝트'는 삿포로에서 성공적인 첫 단추를 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