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이 다음 주쯤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맡은 이정미 재판관 후임을 지명하기로 예정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측이 최종변론 연기론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언뜻 양 대법원장의 ‘자충수’로 해석될 수 있지만, 박 대통령 측 주장은 양 대법원장의 ‘전제조건’과 모순된다.
24일 대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양 대법원장은 오는 27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최종변론이 끝난 뒤 선고시점과 큰 관계없이 후임 재판관 후보를 내놓을 예정이다.
지명 시기를 ‘최종변론 뒤’라고 분명히 밝힌 것이다. 양 대법원장이 이런 시간표를 제시한 건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한 목적에서다.
대법원 관계자는 “변론이 종결된 뒤 지명을 하더라도 사건 심리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고, 대법원장으로서는 조속히 지명하는 것도 의무라도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박 대통령측에 최종변론 연기를 주장하는 것은 전제와 모순”이라고 말했다.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나와 이 권한대행 후임 지명 시기에 대해 탄핵 선고 여부와 변론 종결 등을 고려하겠다고 발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양 대법원장은 ‘변론종결 뒤’ 또는 ‘선고 직후’를 놓고 후임 지명 시기를 고민해오던 중 이 권한대행의 퇴임이 다음 달 13일로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회와 임명 절차 등을 볼 때 이 권한대행 후임 인선에는 적어도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보여, 헌재가 3월 중순 이후 ‘7인 체제’의 공백이 장기화되는 상황은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24일 “대법원장이 후임을 지명한다면 헌재는 변론을 종결해서는 안 된다”며 “다시 9인 재판부 체제를 만들어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퇴임한 박한철 헌재소장의 후임까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명하고 임명해 심리하지 않으면 “불복이 아니라 재심 사유가 돼 판결이 무효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맞서 국회 측은 이미 27일 최종변론은 확정됐다며, 양 대법원장이 후임을 지명하려는 것은 다른 헌재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국회 소추위원단 소속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임 절차와 탄핵심판 자체는 별개"라며 "이를 연결시키려는 박 대통령 측 주장은 지금까지 주장한 것처럼 헌재 결정을 미루기 위한 꼼수"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박 대통령 측이 헌재 절차를 부정하고, 후임을 거론하며 변론종결 절차 출석하지 않겠다는 것은 지연 시나리오를 짜고 맞춰나가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은 지난 3일 개인 의견을 전제로 이 권한대행 후임 인선 필요성을 밝혔고, 소추위원단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탄핵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신중론을 내놨다.
이 권한대행은 지난 2011년 3월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이 지명해 헌재 재판관이 됐다. 후임 재판관 후보 역시 대법원장 지명 몫이다.
9명으로 구성되는 헌재 재판관은 국회와 대법원장, 대통령이 각각 3인을 지명하게 돼 있다. 지난 1월말 퇴임한 박한철 전 소장은 대통령 지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