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친자 폭행치사 사건 현장검증 (사진=최창민 기자)
두살배기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 아버지와 이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 어머니에 대한 경찰의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전남 광양경찰서는 27일 이번 사건의 피의자인 강모(26) 씨 부부와 함께 살인사건 현장인 여수 봉강동의 한 빌라와 가방을 구입한 상가, 시신 유기 장소인 신덕해수욕장 인근 야산 등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경찰은 먼저 2살 아들 폭행치사와 관련해 강씨 부부의 진술이 엇갈린 빌라 안에서의 상황을 재현했다.
앞선 경찰조사에서 아내 서모(21) 씨는 2014년 11월 27일 사건 당일 남편이 아들을 작은 방으로 데려가 체벌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고 자신은 이튿날 아침 아들이 숨진 사실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반면 강씨는 아내가 아들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넘어져서 책상에 머리를 찧어 숨졌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비공개 현장검증에서 부부의 엇갈린 진술을 바탕으로 번갈아가며 사건을 재현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도 서로 팽팽하게 대립했고 결국은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아내의 진술은 비교적 일관되고 남편은 구체성이 떨어져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대질조사를 한차례 더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살 친자 폭행치사 사건 현장검증 (사진=최창민 기자)
이후 경찰은 시신 유기 과정에 대한 현장 검증을 위해 검은색 가방을 구입한 이순신광장 인근 상가를 거쳐 여수 신덕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이뤄진 거짓말 탐지기와 프로파일러 조사에서 아내도 시신 유기 현장 인근까지 동행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또 이들 부부는 물론 첫째 아들, 셋째 딸까지 일가족이 시신 유기 현장까지 동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남편 강씨는 차량에서 내려 아들의 시신이 담긴 가방을 왼쪽 어깨에 메고 해안가를 따라 200여 미터를 이동한 뒤 물에 뜨는지 보기 위해 가방을 담궜다.
가방이 다시 떠오르자 100여 미터를 되돌아와 야산 언저리 소나무 아래에 아이가 든 가방을 올려놓은 뒤 낙엽과 나뭇가지, 찢어진 그물 조각 등으로 덮고 되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현장검증에서도 아이의 사체나 가방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유실된 것으로 보고 해경에 변사체가 있었는지 확인 중에 있고 동물이 그대로 물고 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유기 과정은 부부의 진술이 일치해 다른 곳에 유기했을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2살 친자 폭행치사 사건 현장검증 (사진=최창민 기자)
강씨 부부는 둘째 아들이 숨진 뒤 사건을 숨기기 위해 넷째인 막내아들로 둔갑시키려던 계획을 세운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이에 대해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임신 6개월이 된 때에 태아감별 결과 아들인 것을 알고 요양 보낸 걸로 하자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검증에서 강씨는 '폭행치사 혐의를 인정하느냐', '아이를 왜 유기했느냐' 등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강씨는 시신 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폭행치사 혐의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확보된 강씨 부부와 참고인 등의 진술을 종합하면 공소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현장검증을 바탕으로 강씨 부부에 대해 한차례 더 대질조사를 진행한 뒤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를 종합해 28일 검찰로 사건을 송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