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선고만 남겨둔 헌법재판소 저울에 '민심'이 올라갈지 주목된다.
우리 사회의 굵직한 현안이나 정치적 파급력이 만만찮은 사건을 판단해온 헌재는 그동안의 결정에서 적지 않게 여론을 바로미터로 삼았다.
치열했던 법리 논쟁만큼이나 심판정 밖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왔다는 것이다.
◇ 국민 여론과 헌재 결정의 '싱크로율↑'헌재는 동성동본금혼제, 호주제, 간통죄 등 전통이나 관습과 관련이 있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따질 때 사회의 변화상에 주목해 수렴된 국민여론을 들어왔다.
2015년 2월 위헌 결정된 간통죄의 경우 2005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2009년 여론조사기관, 2014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존치우세 조사 결과가 결정문에 담겼다.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때는 2014년 12월 선고 즈음 실시된 여러 언론사의 여론조사 보도가 인용됐다.
통진당의 당시 정당지지율이 2.8%에 머문 것을 두고 "실효적인 비판과 논박이 이뤄진 결과"라고 헌재는 해석했다.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노동당이 2004년 원내 진출했을 때 여론조사에서 20% 지지도를 얻었다는 점을 헌재는 비교하기도 했다.
2004년 신행정수도이전 특별법 사건 때는 여론조사가 판단에 직접 반영됐다.
특별법이 만들어졌던 그해 1월 여론조사에서 찬반 의견은 균등했지만, 반대 의견이 점차 증대하던 추이에도 헌재가 주목한 것이다.
특히 헌재는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60%라는 점을 대통령이나 국회가 수도이전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본 근거로 들었다.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결정문에는 "국민은 교육과 언론 분야의 부패 정도가 심각하고 그로 인해 직접 피해를 받고 있다고 인식한다"는 여론조사도 등장했다.
◇ 박 대통령 측 "민심은 수시로 변해" VS 국회 측 "국민 승리 선언해야"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때는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압승이라는 표심으로 여론이 확인됐다.
70%였던 탄핵 반대 여론이 몰고 온 역풍이었던 셈이다.
다만, 당시 탄핵심판 결정문에는 '여론'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정당화되려면,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했는지도 따져야 한다는 판시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 찬성 의견은 80%에 육박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7~9일 조사한 결과도 찬성 79%, 반대 15%(95%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였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 때와 비슷한 수치다.
박근혜 탄핵 '찬성'과 노무현 탄핵 '반대' 민의의 숫자가 엇비슷하게 나오는 것으로, 박 대통령 지지율도 낮게는 4%로 역대 최저치다.
다른 게 있다면, 이번 탄핵정국에서는 선거라는 민주적 제도와 절차를 통해 민의가 표출될 계기는 없다는 것 정도다.
박 대통령 측 이동흡 변호사는 최종변론에서 "혹자는 탄핵 찬성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으니 탄핵소추를 인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민심은 수시로 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촛불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보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모이고 있다고까지 한다"며 "최근 조사결과는 탄핵 반대 여론이 29.4%까지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말 지지도가 김영삼 대통령 6%, 노무현 대통령 5.7%, 이명박 대통령 7.4% 수준의 낮은 상황에서 임기를 마쳤다는 것도 박 대통령 측 최후진술이다.
반면,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국회가 234표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탄핵안을 가결했다"며 "박 대통령 파면을 통해 국민 승리를 선언해달라"고 맞섰다.
헌법과 법률의 위배 여부와 그 중대성이 가장 무게를 둬야할 탄핵심판 판단 기준이이지만, 박 대통령 측이든 국회 측이든 헌재가 국민 여론에 민감하다는 걸 직감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촛불과 태극기의 대치로 대변되는 국론 분열, 이른바 '샤이 보수' 등 숨은 표심과 여론조사의 정확성 논란 등은 헌재가 경계할 대목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