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종대왕상 뒤편에서 풍물패의 신명나는 가락에 맞춰 가지마다 꽃이 만발한 벽화가 그려지고 있었다. (사진=이진욱 기자)
대통령 박근혜 파면 이후 열린 스무 번째 촛불집회 현장은 잔칫날이었다.
봄기운이 완연한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은 밀려들고 또 밀려드는 촛불 시민들 덕에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었다.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부른 박근혜 정권에 맞서 해방구로 활짝 핀 광장은 말 그대로 '봄날'이었다.
이곳 세종대왕상은 축하 화환으로 사방이 둘러싸였다. 화환에는 '축 탄핵' '파면닭, 방 빼!' '민주주의 만세' '진짜 봄이다' '촛불 승리' '박근혜 출국금지' '촛불이 어둠을 이겼다' 등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직접 쓴 글귀로 채워졌다.
세종대왕상 뒤편에서는 꽹과리 징 장구 북을 든 풍물패의 신명하는 가락에 맞춰, 가지마다 꽃이 만발한 벽화가 그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는 일군의 시민들이 전을 부치고 있었다. 잔칫날에 어울리는 "전 드시고 가세요"라는 외침이 풍물 가락의 신명을 한껏 끌어올렸다.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전을 부치고 있다. (사진=이진욱 기자)
전을 부치던 우호창(47·경기 가평) 씨는 "세 번째 촛불집회 때부터 메뉴를 바꿔가면서 매주 나왔다"며 "청소년들이 보호자 없이 집회에 나오면 근처에서 음식 사 먹기도 비싸고 하니 한끼라도 먹이자는 뜻에서였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 메뉴는 특별히 전이다. 박근혜 파면 축하전"이라며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13일로 넘어갈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음식 재료 준비를 못하다가, 10일로 정해진 다음날부터 부랴부랴 준비해 오늘 아침에 (광장에) 왔다"고 덧붙였다.
우 씨는 "매주 나오는 열서너 명의 청소년들과 나중에는 연락처를 주고받아 함께 움직이게 됐다"며 "또한 1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없었다면 저 혼자서는 아예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박근혜 파면은 시작이다. 박근혜는 허수아비 중 하나이지 않나"라며 "(광장을 가리키면서) 여기를 봐라, 얼마나 평화로운지. 시민들이 행동하는 것 보면 이런 나라 없다. 참 멋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