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지난 10일 오후 3시께 청주시 상당구 A 여자고등학교 학년 김 모(16) 양이 속상한 표정으로 교무실에 들어섰다.
김 양은 생활지도 담당 교사를 찾아가 "립스틱이 아니고, 색깔이 없는 립글로스를 발랐는데, 선도부에 걸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학교는 교내에서 립글로스, 선크림, 비비크림 등 간단한 기초화장은 가능하지만, '색조 화장'은 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학칙에 따라 벌점을 받게 된다.
김 양의 입술은 불그스름했지만, '색조 화장' 여부를 눈으로 구별하기 쉽지 않았다.
이 학교에서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학생안전부 허 모(52) 교사는 이런 상황이 난감하다고 전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이 학교는 화장 자체가 허용되지 않았다.
지난해 3번에 걸친 '학칙 제정 위원회'를 거쳐 색상이 나타나지 않는 기초화장은 허용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벌점을 부여하지 않기로 하고 김양을 타일러 돌려보낸 허 교사는 '색조 화장' 여부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허 교사는 "학칙에는 허용 가능한 화장품과 금지 제품을 일일이 나누지는 않았다"면서 "요즘 화장품이 워낙 다양해 특히 남성 교사들은 제품 종류를 일일이 구별해 생활지도를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명확한 기준을 정하기 어려운 화장 정도를 놓고 학생과 교사, 선도부, 학부모 사이에 승강이가 잦다.
최근 중고생들 사이에 립스틱 대신 많이 사용하는 화장품은 '틴트'다.
닦아내면 색상 입자가 묻어나는 립스틱과는 달리 액체 성분의 틴트는 착색 효과가 있어 닦아내도 색조가 남는다.
틴트를 바르면 휴지나 손으로 닦아도 흔적이 묻지 않아 교내 색조 화장 '단속'을 피할 수 있다.
화장품 가게에서는 색상이 연한 틴트, 피부색 보정 효과가 있는 선크림, 미백 크림, 비비크림, 아이브로우, 쿠션이 중고생들에게 불티나게 팔린다.
도교육청은 초등학생을 포함한 학생 화장 허용 기준을 각 학교 재량에 맡기고 있다.
허용 정도는 학교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부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화장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학교를 선호하기도 한다.
화장이 비교적 자유로운 청원구 B고등학교는 여학생들 대부분이 교내에서도 화장한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화장은 학생 자율에 맡기고 있다"면서 "안 해도 예쁠 나이인데 요즘에는 거의 모든 여학생이 옅은 화장이라도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중고교생들 사이에서 화장 폭넓게 확산하자 일부 학교에서는 아예 피부 손상을 줄이는 등 안전한 화장법을 교육하기도 한다.
A 고등학교는 지난해 7월 외부 강사를 초청해 1·2학년을 대상으로 '안전한 화장법' 강의를 시행하기도 했다.
박대우 충북교육청 체육보건안전과 장학사는 "과거보다 학생 인권 존중되는 방향으로 교육 현장이 바뀌고 있다"면서 "두발처럼 화장도 앞으로 학생 자율에 맡겨 허용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