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도로를 질주해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운전자에게 금고 5년 형이 선고됐다.(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지난해 7월 부산 해운대구의 한 횡단보도와 교차로를 덮쳐 24명의 사상자를 낸 운전자에게 금고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권기철 부장판사는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의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 김모(53)씨에게 금고 5년을 선고했다.
권 부장판사는 사고 당시 김씨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1차 사고 뒤 도주하다가 사고를 냈다는 검찰의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김씨가 뇌전증으로 인해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를 미리 예방하지 않은 과실은 인정된다며 검찰의 예비적 공소는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로 볼 때 김씨에게 의식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해도 관련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운전면허 갱신 과정에서도 이 사실을 숨기는 등 미리 사고를 예방하지 않은 과실이 가볍지 않다고 봤다.
권 판사는 "피고인은 자신의 운전행위로 인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음을 명확히 인지했음에도 이를 예방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다만 피고인에게 운전자보험과 종합보험이 가입되어 있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선고 배경을 밝혔다.
앞서 검찰은 김씨에 대해 주위적 공소사실로 징역 10년을 구형하고, 예비적 공소로 금고 7년 6월 형을 구형한 바 있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강제적 노동을 하지 않는 형을 말한다.
검찰과 피해자 유가족은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한 피해자 유가족은 "사고 당시 의식이 있었는지 단정할 수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게다가 운전자는 사고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직접 사과한 적이 없어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는 판단도 이해할 수 없어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