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각 당의 대선후보들이 선출되면서 본격적인 대선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유력후보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자녀를 두고 공방이 거세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대선주자 아들 딸들, 왜 수난당할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각종여론조사에서 1,2위로 박빙 승부를 벌이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만 자녀 문제가 제기되고 있나?= 그렇지는 않다.
문재인 후보는 아들의 취업특혜 논란이 이어지고 있고, 안철수 후보는 유학 중인 딸의 재산공개 고지거부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두 아들의 예금이 문제가 됐지만 여론조사에서 10%를 넘어서지 못하면서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을 따름이지 의혹이 없는 건 아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아들 준용씨의 취업특혜 의혹으로 논란이 일고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짧게라도 짚고 가야하지 않겠나? 먼저, 문재인 후보 아들의 취업특혜 논란은 어떤 내용인가?= 문 후보의 아들은 2006년 12월 고용노동부 산하의 한국고용정보원 일반직 5급 공채에 지원해 합격했다. '문 후보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은 2007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에 의해 처음 제기됐고, 같은 해 노동부의 감사로 '특혜의 증거가 없다'고 결론이 났지만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같은 의혹이 제기됐다. 그리고 이번 대선을 맞아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문재인 후보 검증을 내세워 같은 의혹을 재차 제기한 것이다.
2007년 감사 내용을 보면, 고용정보원이 당시 내부인원 채용을 위해 (원장의 승인을 얻어) 채용 공고 기간을 짧게 정했다는 점은 인정됐다. 고용정보원은 '공고기간 미준수(15일전 공고) 및 인사위원회 심의를 통해 내부인원 채용비율을 결정하지 않은 점' 등 인사규정을 위반한 사실에 대해 '기관 주의조치'를 받았다.
문 후보 아들의 취업 특혜문제는 이미 10년전인 2007년부터 여러차례 의혹이 제기됐고 그동안 언론취재와 정부기관의 감사결과 법률적인 하자나 '특혜의 증거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비슷한 의혹을 계속 제기하면서 문재인 후보가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10년간 고장난 라디오처럼 되풀이해온 이야기다. 내용이 다 밝혀졌는데 언론에서 자꾸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면서 "채용 특혜가 없었다는 것이 할 수 있는 해명의 전부"라고 해명을 했다.
딸 재산공개 고지거부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안철수 후보의 딸 문제는 뭔가?= 안철수 후보의 딸 재산공개 고지거부 문제다. 안 후보는 2013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돼 재산공개를 하면서 유학 중인 딸의 재산이 9,400만원이라고 공개했다. 그런데 2014년부터는 국회에 고지거부신청을 해 재산공개를 하지않고 있다. 독립생계를 하고 있다는 게 고지거부의 이유다.
국민의당 김경진 수석대변인은 안 후보의 딸이 독립생계자이기 때문에 재산공개 고지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안 후보의 딸이 미국 스탠퍼드 대학 박사과정 조교로 재직하며 2013년 회계연도 기준 2만9891달러(약 34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며 "2014년 국회의원 안철수의 재산신고 당시 1인 가구의 독립생계기준을 훨씬 넘는 소득을 올렸다"고 전했다.
또 "안 후보의 딸은 지금도 조교로 일하며 2015년 기준 3만9313달러(약 440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등 독립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김경진 수석 대변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남는다. 재산공개 고지를 거부할 경우 독립생계와 함께 세대분리가 돼야 하지만 안철수 후보쪽에서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스탠퍼드 대학의 학비나 생활비를 감안할 경우 조교의 급여만으로는 유학이 불가능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명이 없다. 재산공개 고지거부를 하고도 학비나 생활비를 보냈다면 그건 공직자 윤리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당연히 고지를 해야한다.
안 후보는 19대 국회에서 이른바 '음서제 방지법'(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는데 대통령·국무총리·장관·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등록의무자)의 배우자 및 직계존속·직계비속의 직업, 취직일, 직장명, 직위, 등록한 직업에서 받는 수입 등과 그 변동사항을 등록 하도록 강화한 내용이다. 안 후보 자신이 대표 발의한 법안과 자신의 행동이 다른 것이다.
안 후보는 10일 '딸 재산을 공개할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들께서는 어떤 것이 의혹이고 어떤 것이 네거티브인지 알고 있다"고 일축하면서 답변을 피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아들은 어떤 문제인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아들들이 대학생 때부터 억대 예금을 보유하고 있었고, 수천만원의 돈이 수시로 입출금된 사실이 드러났다는 의혹이다.
언론에서 홍 후보의 재산변동 내역을 확인한 결과 2005년 말 홍 후보 장남(37)과 차남(35)의 예금 잔액은 각각 같은 금액인 1억3922만1000원으로 신고됐다. 대학생 아들 2명의 재산이 2억7844만2000원이었다.
2005년 당시 두 사람 예금은 보유 내역이 동일했고, 금액도 1000원 단위까지 같았다. 장·차남 모두 7321만3000원씩 보험상품 등으로 납입됐고, 나머지 돈은 은행에 예금돼 있었다. 특히 2005년에 4000만원씩이 장·차남 우리은행 계좌에 똑같이 입금되기도 했다.
당시 두 아들은 군에서 갓 제대했거나 군복무 중이었다. 홍 후보 부부가 아들들 예금통장을 관리·사용해 결국 차명 통장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홍준표 후보는 이 의혹에 대해 "차명계좌를 만든 일도 없고, 증여세를 전부 다 냈다"고 해명했다. 홍 후보 측은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납입해온 보험금 적립액과 용돈 등을 저금해온 것으로 2008년 3월 20일 법에 따라 증여세를 모두 납부했다"고 밝혔다.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대선후보 자녀들이 왜 검증의 중심이 되는 거냐?= 대선후보의 아들이나 딸들이 수난을 당하는 첫 번째 이유는 대통령의 아들들이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고 김영삼 전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사진=자료사진)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 사건이다. 현철씨는 '소통령'으로 불리면서 고위공직자 인사에 개입하고 수십억원의 정치자금을 받는 등 권력형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대선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세아들들의 문제가 불거졌고 대통령 재직 중 아들들이 구속되는 일이 일어났다.
이런 일이 있을 뒤부터 후보와 후보의 아들이나 형제들에 대한 검증이 한층 강화됐다.
김만흠 정치아카데미원장은 "대통령의 아들들이나 가족들의 권력형 비리가 계속 터지다보니 아들이나 딸 형제들에 대해서도 검증이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후보 본인에 대한 검증보다 후보를 때리기 쉽기 때문이다. 각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후보 본인에 대한 공격은 결정적인 하자가 없다면 정치공세로 치부된다.
그렇지만 아들이나 딸의 문제는 후보에게는 아킬레스건인데다 캠프에서 해명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1997년과 2002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두 아들 병역비리 의혹은 낙선의 결정적 이유가 됐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수사를 통해 철저하게 밝혔다면 모르겠지만 이 의혹이 명쾌하게 풀리지 않으면서 두 번이나 이회창 후보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아들이나 딸 외에도 형제들도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상득씨는 선거과정에서부터 재직기간 내내 '봉하대군', '영일대군' 등으로 불리며 논란이 됐다.
세 번째는 언론들의 먹이감으로 손 쉽기 때문이다. 대선은 후보의 자질과 정책 등에 대한 검증이 핵심이 되어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품이 많이 든다. 또 그렇게 하더라도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언론들은 정치권에서 네거티브만 한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보도는 네거티브 내용만 되풀이해서 보도하고 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기위해서는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의혹을 받아쓰기만 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검증을 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대선후보의 자질이나 비전, 정치철학 이런걸 검증하는 게 중요한데 이것보다는 후보의 가족들 약점만 잡거나 말꼬투리 잡기에 치중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 아들이나 딸의 경우 문제가 있다면 검증해야 하지 않나?= 그건 당연하다. 명백한 불법이 있다면 검증을 해야하고 그런 후보자는 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선후보 뿐만아니라 그 자녀들의 경우도 불법이 있거나 특혜가 있다면 당연히 검증해야 하고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게 옳다. 검증 그 자체를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대선후보의 자질이나 정책 정치철학 리더십 등에 대해서는 한 발도 나가지 못하면서 자녀들의 문제에만 치중한다면 그건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끝나자마자 인수기간도 없이 출범해야 하는 만큼 후보나 내각의 구성원이 될 그 참모진에 대한 검증이 시급하다.
그런데 후보나 그 참모들보다 자녀들의 문제에 치중하는 건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 되기도 한다. 그 의혹들이 결정적이거나 불법적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언론에서 제대로 검증하려는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하지 정치권의 문제 제기를 받아쓰면서 의혹을 부풀리는 건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 후보들이 언론의 검증노력에 응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 언론이나 후보간 검증노력에 동문서답식으로 대응하거나 본질을 기피하는 건 막아야 한다.
예를 들어 2012년 대선후보 토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는 민감한 질문을 하면 "그래서 대통령 되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지금 제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만약에 대통령이라면요, 그건 확실하게 할 겁니다.", "그래서 제가 대통령이었으면 진작 했어요. 그러니까 제가 이번에 대통령으로 되면 할 겁니다."는 식으로 웃으면서 넘어갔다.
그렇지만 결과는 스스로 인정했듯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는 것이었다.
제기되는 의문을 모르쇠하거나 동문서답식으로 빠져 나갈 경우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특히 후보 양자간 토론이 이뤄진다면 철저하게 묻고 따져야 한다.
계속되는 의혹 제기에 구렁이 담넘어 가는 식의 답변은 옳지 못하다. 대통령이 되겠다면 의문에 진지하게 답변해야 하고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도 문제가 없는 걸로 드러났다면 의미없는 문제제기는 그만둬야 한다.
선거가 제로섬 게임이다보니 네거티브는 끊이지 않겠지만 유권자가 똑똑하게 옥석을 가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