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안 돼요' 두산은 11일 올 시즌 우승 경쟁자로 떠오른 KIA와 첫 대결에서 확실한 힘의 우위를 보이며 4연패를 끊었다. 사진은 두산 김태형(왼쪽), KIA 김기태 감독의 모습.(잠실=두산, KIA)
지난 2년 동안 한국시리즈(KS)를 제패한 두산은 올해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강력한 선발진과 탄탄한 내야진까지 전력 누수가 거의 없었다. 지난해보다 오히려 불펜진도 강해졌다.
그런 두산의 대항마로 떠오른 팀이 KIA다. 지난 겨울 KIA는 4년 100억 원에 국내 최고 타자 최형우를 삼성에서 데려와 약점이던 좌타 거포를 메웠다. 해외 진출을 노리던 에이스 양현종을 앉혔고, 팻 딘이라는 수준급 좌완을 영입해 헥터 노에시까지 막강 3선발을 구축했다.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경기는 올 시즌 두 팀의 첫 맞대결. 분위기는 KIA가 더 좋았다. KIA는 지난주 4승1패를 거두는 등 6승2패, 공동 2위를 달렸다. 반면 두산은 최근 4연패, 3승5패로 공동 5위에 처져 있었다.
잘만 하면 KIA가 첫 대결에서 기선 제압을 할 수 있었다. 상대 선발이 좌완 에이스 장원준이었지만 KIA도 지난해 두산 천적 홍건희를 세웠다. 김기태 KIA 감독은 "4, 5선발이 아직 정해지진 않은 가운데 상대 전적에 따라 세운다"면서 "홍건희가 지난해 두산에 강했다"고 은근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홍건희는 지난해 두산전 5경기 등판, 2승 무패였다. 15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ERA)가 2.93이었다. KIA 관계자는 "상대전 ERA만 따지면 장원준보다 낫다"고 귀띔했다. 장원준은 지난해 KIA전 4경기에서 3승 ERA 3.65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직 KIA는 두산의 대항마가 되기에는 살짝 부족했다. 연패에서 탈출하려는 두산의 의지가 더 강하긴 했다. 그러나 KIA는 무엇보다 수비와 주루 등 기본기와 세밀한 플레이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추격할 수 있는 힘을 보이긴 했지만 스스로 기회를 무산시키는 등 세기에서 뒤졌다.
'5선발 안녕?' KIA 홍건희가 11일 두산과 원정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잠실=KIA)
KIA가 기대감을 보였지만 선발 대결은 열세였다. 홍건희는 2회 연속 볼넷으로 흔들리더니 1사 1, 2루에서 허경민에게 좌중간 2루타로 2점을 내줬다. 이후 2사에서 민병헌에게 적시타로 1점을 더 허용했다.
그러나 KIA도 당하지만은 않았다. 3회초 곧바로 1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2사 1, 2루에서 김주찬의 3루 강습타와 최형우의 적시타로 2점을 냈다. 특히 최형우의 빗맞은 타구가 좌선상, 3루수와 좌익수 사이에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가 됐다. 분위기로만 보면 KIA의 상승세였다.
하지만 KIA는 스스로 찬물을 끼얹었다. 3회말 1사 2루에서 홍건희는 오재일에게 내야 뜬공을 유도했다. 그러나 올 시즌 첫 1군 출장한 3루수 김지성과 3경기 만에 출전한 포수 한승택이 낙구 지점을 놓쳤다. 다행히 파울이 됐지만 어이없이 아웃 카운트 1개를 잃은 순간이었다.
여기서 한번 흐름이 두산으로 넘어갔다. 맥이 풀린 홍건희는 이후 오재일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강판했다. 김광수가 구원 등판했지만 박건우, 민병헌에게 2루타를 맞고 7-2까지 점수가 벌어졌다.
KIA에겐 또 한번의 기회가 있었다. 4회 KIA는 볼넷과 안타 2개를 묶어 1점을 따라붙었다. 1사 1, 2루에서는 로저 버나디나의 좌선상 2루타까지 터졌다. 1점을 따라붙었지만 1루 주자 한승택이 3루를 돌다가 뒤늦게 귀루하다 횡사하면서 흐름이 끊겼다. 멈추라는 김종국 주루코치의 사인을 보지 못했다.
'수비도 잘 해요' 두산은 4회 KIA 로저 버나디나의 2루타 때 좌익수 김재환(사진)에서 유격수 김재호, 3루수 허경민으로 이어지는 깔끔한 중계 플레이로 3루 주자를 잡아내며 상대 추격의 맥을 끊었다.(잠실=두산)
여기서 KIA의 흐름은 완전히 끊겼다. 1사 2, 3루 기회를 이으며 장원준을 크게 압박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적어도 외야 뜬공이면 5-7까지 따라붙을 수 있는 기회였다.
2번 상위 타순으로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진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결국 KIA는 후속타 불발로 3점 차 추격에 머물렀고, 4회말 두산이 3점을 더 내면서 승부가 갈렸다.
반대로 두산의 세밀함이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이날 두산 장원준은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5⅓이닝 동안 8피안타 1볼넷 4실점했다. 투구수가 107개에 이를 만큼 어려운 승부가 이어졌다. 그러나 KIA의 허점 속에 야수들의 도움을 얻어 시즌 2승째를 따냈다.
두산의 수비는 물샐 틈이 없었다. 특히 좌익수 김재환은 2회 무사 1루에서 나지완의 큼직한 좌중간 타구를 담장 앞에서 껑충 뛰어 잡아냈다. 놓쳤다면 선취점을 내줘 기선을 뺏길 수 있었다.
4회도 김재환은 버나디나의 타구를 침착하게 잡아 송구했다. 유격수-3루수로 이어진 두산의 깔끔한 중계 플레이에 KIA는 비디오 판독 신청도 하지 못했다. 5회 2사에서도 민병헌은 최형우의 2루타성 타구를 전력질주해 잡아냈다.
11일 KIA와 홈 경기에서 4안타 3타점을 몰아치며 승리를 이끈 두산 민병헌.(사진=두산)
두산 타선은 대폭발했다. 이미 4회 10-4로 앞선 두산은 5, 6회 5점을 보탰고, 8회도 1점을 추가해 16-4로 달아났다. 민병헌이 4안타 3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그 사이 KIA는 최형우, 김주찬, 버나디나, 나지완 등 주축들을 빼며 백기를 들었다.
물론 KIA는 이날 베스트 전력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자랑하는 3선발이 아니었고, 주포 이범호도 부상으로 빠진 터였다. 그러나 수비와 주루는 실력이 아닌 기본기의 문제다. 더군다나 가을야구 쟁패가 예상되는 두산과 첫 대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집중력에서도 아쉬웠다.
하지만 반대로 KIA는 설욕을 다짐할 기회도 만들 수 있다. 두산 선발에 버금가는 선발 투수가 등판하고 경험 많은 이범호가 복귀하면 한판승부를 벌일 만하다.
반면 두산은 장단 21안타를 몰아치며 16-4 대승으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활발한 타격으로 4연패를 끊으며 일단 5할 승률에 1승 차로 다가섰다. 특히 KIA에 한 수 위의 실력을 뽐내며 첫 시리즈의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