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고양시 일산동구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주최로 열린 2017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왼쪽부터),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성 소수자 인권 문제가 대선판의 깜짝 이슈로 떠올랐다. 보수적인 우리 정치 풍토에선 새로운 현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설거지' 발언을 비롯해 강한 남성주의를 표방해온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홍 후보는 지난 25일 대선주자 4차 TV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상대로 동성애 문제와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두고 작은 설전을 벌였다.
"동성애에 반대 하십니까"라는 홍 후보의 세 차례 질문에 각각 "반대하죠", "그럼요",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한 문 후보는 "좋아하는 게 아니고 찬성이냐 반대냐를 물어봤다"는 홍 후보의 거듭된 질문에 "(동성애)합법화를 찬성하지 않는다"고 답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토론회가 끝난 뒤 문 후보 측은 "홍 후보가 군대 내 동성애 문제를 물어와, (문 후보가) '군대 내 동성애 허용과 합법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론 말미에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한다고 밝히면서 성적지향 때문에 그 어떤 차별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토론회 다음날인 26일에는 인터넷 포털에서 '문재인 동성애'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고, 문 후보가 이날 국회에서 '국방안보 1000인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과정에선 성소수자들에게 항의를 받기도 했다.
문 후보 측은 이런 비판이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해명했다.
박광온 공보단장은 26일 기자들을 만나 "문 후보의 지금까지 발언을 찾아보면 '성적 지향 때문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고 인권을 위해 변호사 활동을 하던 시절부터 이 생각은 분명했다"며 "전체적으로 사회구성원의 다양성이 수용되고 구성원 전체가 평등하게 공존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기본적인 철학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 모두 문 후보처럼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금지"라는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원론에는 동의하고 있다.
다만 성소수자 인권의 바로미터로 인식되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는 심 후보를 제외한 네 후보가 선을 그은 상태다. 문 후보를 제외한 홍 후보와 안 후보, 유 후보는 '성적지향에 따른 혐오 발언과 폭력 보호'라는 원칙에 대해서도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가 5개 정당 대선캠프에 인권의제를 질의해서 받은 답변을 보면 '성소수자 공동체까지 보호 범위를 확대하는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발의'에 대해서는 심 후보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후보 측 박광온 공보단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가권익위원회법을 만들 때 차별금지 부분을 포괄적으로 담았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을 별도로 제정하는 것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고, 안 후보 측 채이배 공약단장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가능하다"고 답했다.
홍 후보는 엠네스티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고, 최근 유 후보 대신 기독교 행사에 참석한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민족과 성별, 외견상 보이는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을 혐오 발언과 폭력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냐'는 질의에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보도 문 후보와 심 후보 2명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