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노키즈존…'5세 미만 아동 출입금지 = 무개념 맘충 출입금지'
-가게의 비즈니스 전략? 소비자주의로 보이지만 차별을 바탕에 둔 분리주의
-아이는 '통제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또 다른 시민’
-불편한 존재를 받아들인다는 것, 한 사회의 개방성과 시민성을 말해주는 척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7년 5월 30일 (화)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택광 교수 (경희대)
◇ 정관용> 문화비평가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사와 함께하는 일상다반사. 문화적인 현상을 조금 비딱하게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비평해 보는 시간이죠. 문화비평가 이택광 교수, 어서 오십시오.
◆ 이택광>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오늘은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카페나 식당 일명 노키즈존에 대해서 이야기 나눈다고요. 우리나라에 이런 게 자꾸 늘어나고 있다면서요?
◆ 이택광>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정관용 선생님도 특히 카페 같은 데서 조용하게 쉬고 계시는데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면 어떻게 어떤 기분이 드셨습니까?
◇ 정관용> 저는 카페 내에서 그런 경험 많지 않지만 식당에서는 가끔 그런 경험들을 한 적이 있죠.
◆ 이택광> 불편하신 적이 있죠?
◇ 정관용> 네.
◆ 이택광> 이런 경험들이 사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다 한 번씩은 있을 것 같은데요. 이제 이런 손님들의 의견들을 반영해서 노키즈존이라는 것이 만들어졌습니다. 쉽게 말하면 아이 청정지역 이런 걸 만들어버린 거죠. 사실 아르바이트생들 같은 경우에도 어린이 손님들이 가고 나면 가게가 난장판이 된다, 이런 불평들도 많이 하고요. 또 어떤 네티즌은 영화관에 가서 이런 경험을 했는데 내 돈 주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데 애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영화를 제대로 못 봤다. 도대체 이렇게 영화관도 이제 노키즈존을 만들어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이런 분위기 때문에 노키즈존을 만들어서 또 손님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려고 하는 그런 서비스 전략이 나온 것 같거든요.
경기 수원의 한 '노키즈 카페'. 입구에 아이이 입장을 금지하는 안내 문구가 표시돼있다.(사진=윤철원 기자)
◇ 정관용> 실제로 여기는 어린아이들은 출입 못합니다, 이런 식으로 써서 출입을 막나요?
◆ 이택광>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과거에 공연장 같은 데 보시면 아실 겁니다. 티켓에 적혀 있었잖아요. 8세 이하 출입금지, 몇 세 이하 출입금지 이렇게 돼 있는데 정확하게 그렇게 만듭니다. 영유아의 입장을 일단 거절을 하고요. 대체적으로 고급 음식점이나 백화점 VIP 라운지라든가 다중 이용시설 중에서도 영화관 특히 이제 굉장히 고급 영화관들 있죠. 그리고 작은 카페나 찜질방 같은 곳에도 노키즈존을 걸어놓은 데가 있고요.
사실 노키즈존이라고 붙여놔서 그렇지 이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보면 괜찮은데 조금 고민을 해 보면 좀 이상한 거죠. 특정한 사람들을 배제하는 그러니까 어린이가 인권이 있다고 했을 때 엄연히 인권이 있는 어린이를 배제하는 존을 만든다,이런 것은 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느냐라는 것이고요. 그리고 사실 부모님하고 같이 왔는데 어린이만 안 들여보내고 부모님을 들여보내는 거, 이릴 수는 또 없는 것 아니에요? 결국에는 부모님 오지 말라는 소리죠.
◇ 정관용> 부모님도 같이 못 들어가는.
◆ 이택광> 아이들이 있는 부모님은 오지 말아라. 물론 여기에 대한 반론도 있습니다. 노키즈존을 하자는 이유가 그런 부모님, 아이가 있는 부모님 전체를 다 출입금지를 시키겠다는 뜻이라기보다는 무개념 부모를 조금 이렇게 견제하겠다. 무개념 부모들을 좀 걸러내겠다. 버릇없이 아이들을 키우는. 그런데 댓글들 보면 굉장히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그러니까 아이들 뛰어다니는데 식당 같은 데서 제지하지 않고 또 열심히 아이들은 신경 안 쓰고 식사만 하시다가 또 이제 어떤 손님이 이제 아이를 야단치면 나와서 또 아이들을 통제하기보다는 그 야단친 손님을 야단치는 서로 아이들 문제가 이제 어른 싸움이 되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 일어나는 거죠. 그러니까 이제 너무 이게 이제 자식에 대한 지나친 사랑의 표현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 정관용> 그런 무개념 부모는 문제기는 해요.
◆ 이택광> 그런데 문제가 뭐냐 하면 부모라고 해 놓고 대체로 보면 이런 인터넷 댓글들이 지목하고 있는 대상이 누구냐 하면 맘충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에요.
◇ 정관용> 맘충?
◆ 이택광> 맘충은 결국 어머니를 비하하는 개념이죠. 벌레 충. 그래서 어머니 벌레다, 이렇게 부르는 건데. 결국에는 겉으로는 윤리적으로 포장이 되어 있지만 그 내면에는 혐오라는 단어가 숨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그게 사실 식당 출입문에 5세 미만 아동 출입금지라고 적어놨을 때 이거는 마치 반려동물들 출입금지나 또는노인 출입금지나 여성 출입금지나, 과거 미국같은 경우에는 흑인 출입금지 이런 것하고 유사한 거 아니냐 이런 반론이 나올 수가 있는 거죠. 그래서 기본적으로 영유아 동반 손님들이 고객들에게 불편함을 줬을 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될까에 대한 대책으로 노키즈존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게 또 여러 가지 윤리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한림대 정관용 교수(좌)와 경희대 이택광교수(우)(사진=시사자키 제작진)
◇ 정관용> 그런데 이런 게 자꾸 늘어난다는 것은 아까 우리가 잠깐 언급했던 그 무개념한 부모들에 대한 어떤 비판에서 내 돈 내고 내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카페나 식당을 찾아가고 싶다는것 아니겠어요? 이 노키즈존 필요하다라고 하는 논리는 어떤 거고 이것의 문제는 어떤 것인지 좀 정리를 해 보죠.
◆ 이택광> 사실 이제 노키즈존은 말씀하셨던 것처럼 내가 어떤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 간다든가 또는 레스토랑에 식사를 하러 갈 때 거기에 서비스를 구매하는 측면도 있거든요. 쾌적한 장소를 제공해서 쾌적한 장소에서 본인들의 시간을 즐기는 것들이 목적인데 그것이 방해를 받는다는 거죠. 다른 사람들이 데려온 그런 버릇없는 아이들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은 제가 볼 때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조금만 바꿔서 생각을 바꿔보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부모님들은 아예 그런 곳에 갈 수가 없는 상황이 생길 수가 있는 거죠. 무조건 노키즈존을 만들어서 5세 미만의 아동은 출입금지다라고 하면 결국에는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거기를 갈 수 없는 그 소비를 할 수가 없는 다시 말하면 그런 서비스 자체를 구매할 수가 없는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원천적으로 분리를 시켜버리는 거죠. 그래서 이제 노키즈존은 굉장히 소비자 중심적인 그런 정책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안에 그런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부모님들에 대한, 정확하게 말하면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에게는 굉장히 큰 차별로 돌아온다는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일부 문제 있는 부모들 때문에 모든 아이들 그리고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차별받는.
◆ 이택광> 아이들도 이제 차별을 받게 되는 거죠. 그래서 이런 노키즈존이 너무 많이 만들어지고 이런 것들이 자연시되면 다른 것에 대한 차별, 다시 불편한 것은 그냥 배제하면 되는 것 아니냐, 오지 말아라 하면면 되는 거 아니냐라는 생각이 확산될 수가 있고요. 이게 이제 제가 볼 때는 소비자주의의 굉장히 어두운 측면이에요. 그러니까 소비자주의가 분명히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것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렇게 또 일상생활로 갔을 때는 분리주의를 옹호하는 그런 논리가 되기도 합니다. 그게 바로 또 헤이트 스피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 정관용> 혐오 발언.
◆ 이택광> 저 사람과 있으면 내가 불편하다, 저 사람 안 보면 안 될까. 국가정책이 되면 사실은 나치즘처럼 그런 정책으로 가버리는 것이고요. 제가 사실 이런 일이 있어요. 영국 유학 시절에 흥미로운 일을 겪은 적이 있는데 세미나를 수업시간에 했습니다.
◇ 정관용> 학교에서.
◆ 이택광> 네. 그런데 이제 어떤 싱글맘이에요, 그러니까. 혼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가 수업은 와야 되는데 마침 그때 또 보모가 휴가를 가는 바람에 아이를 맡길 수가 없었던 것이죠.
◇ 정관용> 싱글맘도 같은 학생이고?
◆ 이택광> 학생이죠. 그래서 아이를 데려왔어요, 세미나를 하는데. 분위기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거든요. 아이도 열심히 이제 책도 읽고 그리고 이제 전체적인 세미나 분위기가 그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니까 또 흥미롭더라고요. 그래서 노키즈존 이래서 너무 이렇게 아이들은 사실 인격도 없고 어떻게 보면 통제해야 되는 대상이고 이렇게 생각하시기보다는 아이를 하나의 우리가 같이 살아야 되는 대상으로 보고 또 그렇게 양육을 한다면 아이들의 태도도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들이 이런 사회 속에 들어와서 어른들과 함께 예의를 지키고 어른들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 받아들여지는 것, 이런 모습을 아이들에게 선사했을 때는 아이들의 또 태도도 또 바뀌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진=문수경 기자
◇ 정관용> 당연한 말씀입니다. 아니, 우리 지금 저출산 걱정하고 있는데 이렇게 또 아이들을 차별해서 되겠습니까?
◆ 이택광> 아이를 낳기도 힘든데요. 아이를 키우는 것도 이렇게 힘들고요. 아이를 낳게 되면 말 그대로 무슨 죄인 아닌 죄인이 돼버리는 이런 분위기들은 사실 좀 없어져야 되겠죠. 그래서 이거는 단순히 자녀를 양육한다는 것보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개방적인 사회로 갈 수 있는가, 얼마나 불편한 것을 견디면서 개선을 하려고 노력을 하는가라는 문제와도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단순하게 아이들 문제, 단순히 노키즈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결국 우리가 불편한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가. 우리가 불편한 것들에게 곁을 내줄 수 있는가라는 문제와 연관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불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셨는데 저는 그 앞에 왜 노인 출입금지, 미국 같은 경우에는 흑인 출입금지 옛날에. 어떤 일부 장애인 출입금지 이런 표현들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저는 편하고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 아이들은 원래 조금 산산만하고 시끄럽고 그렇잖아요. 그렇죠. 우리 어른과 조금 다른 거고. 우리도 다 그랬거든요.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그걸 왜 불편함이라고 표현할까요?
◆ 이택광> 그러니까 그게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약간의 안 좋은 측면이죠. 그러니까 개선해야 되는 측면으로 생각이 되는데 사회의 개방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실 권의주의적 정부를 거치면서 경제성장을 하고 사회가 발전하다 보니까 어떻게든 경쟁을 해서 우리가 이겨야 된다라는 생각들이 좀 박힌 것 같아요, 시민들이. 그래서 사실 결국 시민의식의 성숙과 더 관련 있는 문제겠지만 지나친 경쟁주의라든가 이런 것들이 개선이 돼야 되는 측면이 있는 거죠.
이게 경쟁주의가 이게 무슨 관계냐 말씀하실 수 있지만 이겁니다. 내가 이만큼 노력해서 이것을 구매했는데 그게 다른 사람에 의해서 방해를 받으면 참지를 못하는 거예요. 나는 이만큼 노력해서 고생해서 이만큼 했는데 왜 저 사람들은 숟가락을 얹으려고 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니까 공공적인 것이라는 것은 특정한 사람이 노력해서 그 사람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그런 것을 공공적이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공공적이라는 것은 결국 우리가 더불어 살아야 되는 것이고 우리가 그렇게 노력을 하면 다른 사람들도 같이 살아가는 환경이 개선되는 거죠. 그런 생각들을 가지는 것이 진정한 어떤 개방사회 또는 시민의식이 성숙된 그런 사회로 가는 길이 아닌가 싶어요.
◇ 정관용> 결론을 내려봅시다. 노키즈존 이거는 참 문제 있는 겁니다. 이건 좀 자제됐으면 좋겠고 그리고 아이는 항상 함께 키우는 거예요. 그러니까 조금 무개념 부모를 만나면 약간씩 인내하더라도 또 지적할 것은 또 지적해서 아이를 같이 키우는 말이죠. 그런 움직임이 좀 생겼으면 좋겠네요.
◆ 이택광> 같이 협조를 해야 됩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이택광> 그게 중요하죠. 어른들끼리 싸우는 게 아니라.
◇ 정관용>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문화비평가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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