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에 적발된 '짝퉁 말보로' 담배. (사진=박종환 기자)
단일 사건으로는 사상 최대인 47만 갑 규모의 국제 짝퉁 담배밀수 조직이 세관에 적발됐다. 관세청은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담배를 전략단속 품목으로 정해 반입경로별 전방위 단속을 벌여 233건을 적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적발된 불법 담배는 100만 갑, 시가로 43억 원 어치다.
담배 밀수에는 담배 정품 증명서를 위조하거나 컨테이너 화물의 안쪽에 담배를 숨기는 이른바 '커튼치기' 수법, 수출 물량을 과다하게 신고한 뒤 초과 물량을 국내로 불법 반입하는 수법 등이 사용됐다.
◇ 스위스 인증 전문기업 SGS '담배 정품 증명서'까지 위조담배 수입상 박모(56) 씨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가짜 말보로 담배 47만 갑(21억 원 어치)을 부산 소재 보세창고에 입고한 후, 해외 교포에게 담배를 판매하는 수출업자들에게 넘겨 해외로 공급하던 중 세관에 적발됐다.
박 씨는 외국 온라인 마켓에서 담배를 판매하는 에스토니아인 V씨에게 가짜 말보로 담배를 주문한 뒤 아랍에미리트에서 인천공항과 부산항을 통해 국내에 반입했다.
담뱃갑에는 스위스에서 제조된 것처럼 원산지가 스위스산으로 표시(Made in Switzerland)돼 있었고, 박 씨는 가짜담배를 정품인 것처럼 꾸미기 위해 스위스의 세계적인 물품 검사·인증 전문기업인 SGS(Société Générale de Surveillance S.A.)에서 발행한 '담배 정품 증명서'를 위조해 업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번에 적발된 가짜 담배 47만 갑은 단일 사건으로는 지난 2009년 2월 35만 갑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 '커튼치기' 수법으로 담배 밀수입가구 수입업체를 운영하는 이모(50)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3차례에 걸쳐 인도네시아인 M 씨로부터 인도네시아 담배 7만2850갑(2억8000만 원 어치)을 정상 수입되는 컨테이너 화물(의자, 소파 등 가구) 안쪽에 숨기는 일명 '커튼치기' 수법으로 밀수입하다 세관의 컨테이너 검색기 검사에서 적발됐다.
이 씨는 M 씨로부터 담배를 1갑당 850원에 공급받은 뒤 담배 1보루당 9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해외 공급조직과 연계된 인도네시아인 B 씨에게 넘겨 국내에서 1갑당 3500원에 판매하게 했다.
세관에 적발된 각종 담배. (사진=박종환 기자)
이 담배 밀수조직은 850원에 밀수입한 뒤 담배에 부과되는 담배소비세 등 제세, 부담금 등을 탈루해 3500원에 팔아 4배 가량 폭리를 취했다.
외국 메이저 브랜드가 아닌 외국담배(인도네시아, 러시아 담배)는 주로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담배생산국 국민들(인도네시아인, 러시아인)이 소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인도네시아산 담배(L.A Light)는 타르 25㎎, 니코틴 1.6㎎ 등 유해 성분이 국산 담배(에쎄 라이트의 경우 니코틴 0.10㎎, 타르 1.0㎎)보다 25배나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수출 물량 '과다 신고' 뒤 남는 물량 국내 불법 반입부산 자유무역지역 입주업체에 근무하던 강모(43, 밀수총책) 씨와 김모(남, 26, 판매책) 씨 등 4명은 지난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68회에 걸쳐 담배 약 4만여 갑(1억6000만 원 어치)을 밀수입해, 부산 사하구 내 장림시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등에게 판매하다가 세관에 적발됐다.
'컴퓨터 케이스'에 빼곡히 들어 있는 말보로 담배. (사진=박종환 기자)
이들은 브로커를 통해 확보한 담배를 수입통관하지 않고 외국물품 상태로 자유무역지역내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미국이나 호주, 캐나다 등 비교적 담배값이 비싼 국가에 거주하는 해외 교포를 상대로 인터넷으로 담배를 주문받아 판매하는 사업을 했다.
이들은 자유무역지역에는 세관의 통제가 느슨한 점을 이용해, 세관에는 실제 주문받은 수량보다 과다하게 수출신고한 후, 실제 주문받은 담배는 해외로 수출하고 남은 수량은 국내로 밀반입했다.
관세청 윤이근 조사감시국장은 "유명 브랜드 담배를 거대규모로 밀수하던 기존방식에서 가짜 담배 또는 전혀 새로운 브랜드의 담배를 제조해 특정국가의 암시장에 판매할 목적으로 수출·밀수입하는 방식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지난 2015년에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밀수 시도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담배를 전략단속 품목으로 지정해 집중단속을 벌여왔다.
관세청은 이번에 적발된 담배에 대해서는 전량 소각처리할 예정이다. 관세청은 '한글 흡연경고 문구'가 없거나 '면세용(Duty Free) 표기가 된 담배'는 밀수 가능성이 큰 만큼 '125 관세청 콜센터'로 제보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