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최저임금 16.4% 인상 소식을 접한 영세자영업자들은 한결같이 한숨과 불만을 쏟아냈다. ‘장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알바생 고용을 줄이겠다’는 목소리도 쏟아냈다.
17일 오전 10시, 대표적인 젊음의 거리인 서울 서대문구 신촌. 닭요리 전문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소 여주인은 점심시간을 앞두고 주방 바닥에서 다른 종업원과 함께 열심히 식자재를 다듬고 있었다.
기자가 다가가 최저임금 인상 얘기를 꺼내자 “타산이 안맞는데 장사는 해서 뭐하나?”라는 말을 불쑥 꺼냈다. 그리고는 장사를 접고 세를 놓을까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신촌 상권이 예전같지 않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를 아끼려 주인인 자신도 허드렛일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가게를 소유한 그녀는 여차하면 영업을 접고 임대로 전환할 수 있어 행복한 편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갑을관계에 놓인 가맹점주들은 불만은 더욱 심하다. 홍대앞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알바생을 많이 쓰니까 최저임금인상이 부담된다. 4대보험도 들어가니까 더욱 그렇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묻자 “알바생 시간을 줄이고 본인이 가게에 더 매달릴 수 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 지원 및 갑을관계 개선 등 정부가 내놓은 각종 지원대책이 영업환경을 개선하지 않겠냐고 묻자 “개선이요? 저희 같은 경우는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문제인데 뭐가 개선이 되겠나?”라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정부가 프랜차이즈 본사에게 ‘너희들은 좀 덜 가져가고 가맹점주들에게 (이익을) 좀 더 나눠주라’고 지시가 내려간다면 모를까”라는 말도 덧붙였다.
신촌에서 S피자전문점을 운영하는 업소 대표는 아르바이트생들의 불성실을 언급하며 “열에 아홉은 일에 집중 안하고 책임감도 결여되고 금방 일을 그만두는데 최저시급을 계속 올려줄 필요가 있나?라는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알바생들이 걸핏하면 사전통보도 없이 일을 그만둬 직원채용에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고 한다. 업소의 성격상 오전과 오후, 주말별로 나눠 알바생을 많이 쓰고 있는데, 불성실한 알바생들의 시급을 올려주고 세금내고 4대보험까지 내면 영업환경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하소연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쓰는 공단지역에선 또다른 이유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불만을 표시했다. 남동공단의 한 업체 대표는 “내국인 근로자의 임금이 올라가는 것은 국민의 삶이 개선되는 것이지만, 3D업종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를 쓰고 있는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외화 유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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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이자 乙인 영세자영업자..."경제민주화 동시에 추진돼야 효과적"영세 자영업자들은 알바생에게는 고용주로서 갑이지만,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관계에서는 을의 속성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과 경제민주화는 동시에 추진돼야 건전한 경제생태계가 만들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영세자영업자들이 가진 을의 속성을 풀어줘야 한다”며 “그게 바로 경제민주화”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도 안올리고 갑을문제도 해결 안하는 식으로 주저앉을게 아니라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하도급문제, 프랜차이즈 문제, 기술탈취 등 우리 사회 전반에 쌓인 경제적 적폐를 모두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예전에는 경제민주화가 재벌의 소유지배나 경제력 집중을 바꾸는 문제로 이해했는데, 이 외에도 갑을관계 해소, 원청-하청관계 개혁, 넓게는 건전한 생태계 형성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고 최저임금문제도 그래야만 풀린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후속 입법조치와 함께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