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애플을 90억달러에 산다'
10일 오전 9시34분(미국 동부시간) 미국 증권가는 충격에 휩싸였다. 구글이 애플을 10조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은 반신반의했지만 미국 경제전문 통신사인 다우존스가 보내온 소식은 구체적이었다. 주식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구글이 애플을 90억달러 산다. 구글은 이에 그렇다고 말했다. 구글은 구글 1주당 애플 주식 9주를 받는다. 구글은 스티브 잡스가 유언을 통해 인수인계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구글은 애플의 본사를 인계받는다. 구글은 내일까지 거래가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운존스의 구글발 소식은 빠르게 퍼져 애플주가는 한 때 158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는 '가짜뉴스'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오보다.
다우존스는 즉각 성명을 내고 "동부 표준시 오전 9시 34분에서 동부 표준시 오전 9시 36분 사이에 출고된 다우존스 뉴스 와이어의 잘못된 헤드라인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기술적 오류로 인해 헤드라인이 게시되었습니다. 관련 모든 헤드라인은 보도단말에서 삭제됩니다. 이번 오류로 인해 사과드립니다"고 밝힌 뒤 관련 기사를 모두 삭제했다.
잠시 치솟았던 애플주가는 다우존스 성명 발표 전에 바로 가로 앉았다. 알만한 투자자들이라면 아무런 예후 없이 구글이 애플을 산다거나 아무리 스티브 잡스가 합의유언을 했다고 해서 시가총액 900조원인 애플을 불과 10조원에 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우존스의 이번 '가짜뉴스' 사건이 더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의 애플 인수 헤드라인은 사람이 아닌 일명 '로봇저널리즘'으로 불리는 인공지능 기사생산 봇(Bot)이 작성한 것으로 다우존스는 속보 스트레이트와 같은 주식·기업 관련 정보를 맡긴다.
다우존스는 보도 목적이 아닌 기술 테스트 중 발생한 실수라고 설명했지만 봇이 어떤 이유로 '가짜뉴스'를 생산했는지는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일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오히려 봇을 통해 '가짜뉴스'를 차단 할 수 있다는 일부 학자와 전문가들의 로봇저널리즘 옹호론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로봇저널리즘을 도입한 언론사는 미국 AP 통신, 영국 가디언, LA타임즈, 독일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오토메이트 인사이트나 스탯 몽키와 같은 자연어 처리 기술 스타트업이 개발한 시스템을 사용해 컴퓨터 저널리스트 등 전담자가 입력한 데이터나 기업·애널리스트·전문가 등이 제공한 데이터를 추출해 기사를 만드는 식이다.
다시말해 인공지능에 정확하고 순도 높은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으면 인간 기자의 '오보'와 같은 부정확한 '가짜뉴스'를 봇이 생산 할 수 있다. 즉, 봇에 제공되는 데이터 여과 과정까지 여전히 사람의 통제를 받는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윌슨 루이스(William Lewis) 다우존스 CEO는 "즉각적인 시정 조치가 취해졌지만 이 분야의 뉴스 및 기술 프로세스에 대한 검토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테크크런치는 "로직화된 봇이 인간에게 미친짓을 벌였다"면서 "우리의 금융 시스템이 유아적인 지능만 가진 봇들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게 정말 짜증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