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하와이 주(州) 태평양 사령부를 시찰하는 것을 시작으로 장장 12일 간의 아시아 순방을 시작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으로는 26년 만의 최장 아시아 순방에 대해, 백악관은 ▲북한 핵 위협,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 ▲공정하고 상호호혜적인 무역을 3대 핵심 의제로 설정했다.
◇ 북핵문제 1순위…북한 고립작전에 트럼프 직접 나서이 가운데 가장 최우선 의제는 단연 북핵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순방 하루 전날 방영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순방 차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오르기 직전에도 "당연히 북한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라며 북핵 문제 해결에 의지를 보였고, 하와이 태평양 사령부에서도 도착하자마나 북한 핵 위협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순방 과정에서 새로운 북핵 해법을 내놓기보다는 외교적 해법, 즉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순방 전 언론 브리핑에서 대북 군사옵션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전쟁 없는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며 유엔 제재와는 별도로 각국이 북한을 더욱 압박해 고립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 중국, 베트남, 필리핀에 이르기까지 각국 정상들을 만나 북한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제재 강도를 높여줄 것을 주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북한에 대한 본격적 고립 작전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순방 과정에서 돌발 발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아마 자신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그는 주저 없이 북한에 대한 말 전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북핵 해법의 화룡점정은 중국 방문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백악관이나 국무부 등은 북한의 명줄을 쥐고 있는 중국이 좀 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특히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의 권력 기반을 확고히 다진 상황이라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북한을 압박하는데 더 많은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시로 "시 주석과 나는 아주 친밀한 관계"라고 강조하면서 "그가 무엇을 할지 두고 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미중 정상이 북한 문제를 놓고 막전막후에서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중국 견제용, 새로 등장한 '인도-태평양'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강조, 미국-일본-인도-호주를 잇는 4각 동맹으로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을 옥죄는 견제 카드도 내놔, 중국에 대한 강온양면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미국은 부쩍 인도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주요 국가로 부상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포섭하기 위해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가 열리는 필리핀을 이번 순방에 포함시켰다.
특히 동아시아 정상회의 (EAS)에 참석하기 위해 당초보다 필리핀 체류 일정을 하루 더 늘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필리핀에서) 하루 더 묵기로 했다. 그 날이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미국이 최근에 도입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강조가 이번 순방을 통해 어떤 구체적인 외교정책으로 나타날지도 큰 관심사다. 특히 미국과 중국 모두 버릴 수 없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어떤 입지를 가져가야 할지도 과제로 떠올랐다.
◇ 무역문제는 지지자 의식한 트럼프의 파상공세 예상
이와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주장해 온 이른바 '불공정한 무역' 문제에 대해서도 어떤 접근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공교롭게도 이번 순방국가 가운데 한중일이 모두 주요 대미무역 흑자국인데다 미국이 관찰대상국 즉, 환율감시 대상으로 올려놓은 국가들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문제에 대해서는 파상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나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지지자들에게 가장 인정받고 있는 분야가 경제 분야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무역문제에 대한 강경 모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끔찍한 협상'이라고 부른 한미FTA 개정 문제가 맞물려 있고, 트럼프 방한 기간 동안 한미 통상장관 회담이 예정돼 있어서, 통상 분야에서도 상당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