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야커피 로고
국내 대표 커피 브랜드 중 하나인 (주)이디야 커피가 채용 과정에서 키와 몸무게, 시력 등 업무와 관계 없는 신체 정보를 수집해 빈축을 사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입사지원서에 신체조건이나 학력을 넣지 않는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사기업들 사이에선 변화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개인정보에 무감각한 기업들…자소서에 키와 몸무게 기재 요구
지난달 22일까지 진행된 이디야 커피의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 A씨는 강한 불쾌감을 느꼈다. 학력 등 이른바 스펙에 대한 질문이야 그렇다 치지만, 키와 몸무게 등 내밀한 신체정보까지 입사지원서에 써내야 했기 때문이다. A씨는 "아직도 이런 기업이 있구나, 시대에 역행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며 "채용 담당자들이 이렇게까지 배려가 없을 수 있을까 황당함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이디야 커피 측은 "채용정보 인터넷 사이트인 '사람인'의 표준 자기소개서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채용담당자가 지원자에게 요구할 항목을 잘못 선택했다"고 단순 실수인양 해명했다. 사람인은 각 기업들이 직접 지원자에 대한 질문사항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자기소개서 양식을 설정해 놓았다.
◇ 기업들 개인정보 무차별 요구…정부 '속수무책'상당수 구직자들은 이처럼 아무렇지 않게 키나 몸무게, 시력 등을 묻는 기업들을 맞닥뜨리고 있다. 지난 7월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취준생 1400명을 조사한 결과 블라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항목 1위는 키와 몸무게(66.3%)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업무 연관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내밀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신체 사이즈를 묻고 있지만, 이디야 커피 사례에서 보듯 기업들의 변화는 크지 않다.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해마다 국회에서 관련 법이 발의되고는 있지만 취업 시장의 약자인 구직자들을 구제할 수준에는 미치지 않거나 위원회 차원에서 제동이 걸린 경우가 상당수다.
실제로 기업이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정보를 요구한다고 해도 현행법 상 제재나 단속의 근거는 없다. 여성 지원자의 경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업이 키와 몸무게는 물론, 외모나 결혼 등에 대해 질문할 경우 벌금을 물게 된다. 그러나 남녀 모두를 채용하는 경우에는 관련 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자소서까지 단속할 권한이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법적 근거가 시급히 필요한 이유다. 김영민 쳥년유니온 정책팀장은 "차별금지법 등의 법제화를 통하지 않고서는 취업 시장에서 횡행하는 인권 침해가 근절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