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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없는 예술인센터'…혈세 지원 문체부는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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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인 없는 예술인센터'…혈세 지원 문체부는 뒷짐

    영세예술인 지원 취지 무색…각종 날림운영에 보증금사기로 파산 직전

    대한민국예술인센터 (사진=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홈페이지 화면 캡처)

     

    한국예술인총연합회가 문체부로부터 국고 수백억원을 지원받아 건립한 서울 목동의 '대한민국예술인센터'가 정작 예술인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여기다 각종 날림운영과 전세보증금 사기로 설립 7년 만에 파산 직전까지 몰린 상황이지만 국고를 지원한 문체부는 "관여할 근거가 없다"며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 예술인 없는 예술인센터… 비싼 임대료에 예술인혜택도 無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대한민국 예술인센터'는 한국예술인총연합회(이하 예총)가 문체부로부터 국고 256억 원을 지원받아 지난 2011년 20층 규모 건물로 세워졌다.

    영세예술인들에게 싼 가격에 창작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였기에 이름도 일반 오피스텔이 아닌 '스튜디오 텔'이라 붙여졌다. 하지만 건립초기는 물론 현재까지도 입주민들은 "예술인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입주민 고순탁 씨는 "첫 입주 시에도 예술인 비율이 30%도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은 열 가구 중 한~두 가구일 정도로 예술인은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초 문체부와 건물소유주인 한국예총은 "예술인의 비율을 전체 50% 이상으로 맞추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초 건립취지와 다르게 일반 오피스텔로 전락한데는 서울 목동 한복판에 위치한데 따른 비싼 임대료는 물론 당초 약속한 예술인에 대한 혜택 역시 전무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와같은 지적은 지난 2012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질타로 쏟아졌다. 예술인센터의 가장 작은 평수인 124㎡ 형의 임대료가 2억 원에 달하고 영세예술인에게 요금할인도 이루어지지 않아 사실상 고액 임대사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었다.

    ◇ 보증금사기까지… 예총 "보증금 못 줘, 나가" vs 입주민 "한 겨울 어디로"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진 예술인센터는 이후 고액 임대사업으로 변질됐고 이 과정에서조차 날림운영으로 파행을 이어갔다. 임대사업을 위해 예식장이 입주했다가 폐업하는가 하면 엎친데 덮친격으로 보증금 사기까지 당했다.

    한국예총은 임대사업을 위해 지난 2012년 임대사업자 A 사(社)와 건물 위탁운영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예총은 A 사가 당초 약속한 보증금을 못 냈음에도 근저당권을 설정해주는 등 위험한 운영을 이어갔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2014년 5월, 돌연 A 사의 대표이사가 입주민 보증금 42억 6300만원과 근저당권을 담보로 한 대출금 15억 원을 들고 싱가포르로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월세 세입자의 보증금도 순식간에 증발했다.

    전세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생긴 세입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하지만 예총은 법적으로 세입자들이 A 사와의 계약을 한 만큼 자신들에겐 책임은 없다며 퇴거를 명령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한국예총과 법적다툼을 벌이고 있는 입주민들은 한 겨울 단전단수 통보를 받았다. (사진=피해 입주민 제공)

     

    예총은 지난달 20일, 공문을 통해 "퇴거에 불응할 시 단전과 단수 등 강력 대응하겠다"고 통보하며 물리력 행사를 예고했다. 세입자들은 "현재 명도소송이 진행 중인데다 법원 측도 조정을 명령한 상황에서 물리력행사는 명백한 위법"이라며 맞서고 있다.

    현재까지도 수억 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세대는 10 여 세대에 이른다.

    ◇ 250억 원 지원한 문체부 "사단법인엔 관여 못 해"… 뒷짐

    예술인 없는 이름만 예술인센터는 현재 600억 원에 달하는 부채도 떠안고 있다. 자연스레 예총의 관리감독기관인 문체부의 방관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매년 수많은 질타가 이어졌지만 매해 지적에도 문체부는 뒷짐만 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문체부는 국고 256억만 지원한 채 예술인센터 운영과정에서 '문체부 패싱'을 당했다"며 "무고한 피해자들이 양상됐지만 지금까지 문체부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피해입주민들은 관리감독기관인 문체부에 탄원서까지 보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사진=피해 입주민 제공)

     

    세입자들 역시 "문체부에 수차례 문제제기를 했으나 3년 째 같은 답변"이라며 "이번 단전단수 사태에 대해서도 항의했지만 방법이 없다는 답변 뿐"이라고 토로했다.

    예총 관계자는 "예총도 보증금사기로 피해를 봤고 돈은 구경조차 못했다. 매달 1억 원이 넘는 이자를 내고 있다"며 오히려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이에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고를 지원한 부분은 있으나 이후 운영에 대해선 관여할 근거가 없다"며 "사단법인의 운영은 개입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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