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했다. (사진=백악관 영상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던 문제에 결국 손을 댔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성명을 통해 “이제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할 시점이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을 수십년째 실효적으로 점유하고 있고, 정부와 의회, 대법원 등이 모두 예루살렘에 위치해 있다며 이번 결정은 현실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 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길 것을 지시했다.
미 의회는 이미 지난 1995년 주 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라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평화협정에 악영향을 우려해 대통령령으로 6개월마다 법안을 유예하면서 대사관 이전을 20년째 미뤄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과 대사관 이전을 미뤄왔음에도 중동평화는 오지 않았다며,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더라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평화협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평화협정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영토를 분할하고 2개의 독립국으로 인정받는 ‘두 개의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는 점도 처음으로 밝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은 향후 독립국이 되면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지정할 계획을 갖고 있어서 예루살렘 전체를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이번 발표는 사실상 2개의 국가 해법과 양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이번 결정이 "지옥의 문을 연 결정"이라고 맹비난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의 수도 인정이라는 벌집을 건드렸지만,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어떻게 중재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또 성명 내용 속에는 예루살렘이 수천년 전 이스라엘의 수도였다는 점도 명시적으로 밝히고 나서면서, 역사 논쟁, 종교 논쟁에도 다시 불을 붙였다.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성전이 있는 성지이기도 하지만,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성지도 함께 위치한 종교적으로도 매우 첨예한 지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이번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은 현실을 반영한 조치일 뿐, 향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예루살렘 경계 분할 등은 미국이 개입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미 선봉에 서 있는 이란은 물론 요르단과 이집트, 터키까지 이번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고, 중동의 맹주이자 미국의 동맹을 자처하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도 부정적 입장을 밝히는 등 아랍권에서 예외없는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주축으로 한 민중봉기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이번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으로 자칫 중동 분쟁이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