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이정현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검찰이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의원을 방송법 위반으로 재판에 기소한 것은 만시지탄이다.
KBS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노골적인 보도 개입을 두고도 그것을 처벌하는데 1년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의 '눈치보기 수사'의 전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전 KBS보도국장을 통해 세월호 축소보도를 회유, 협박한 사실은 지금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에 '이정현 녹취록'만 검색하면 24시간 언제나 볼 수 있다.
검찰은 진작에 법률에 입각해 결정했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도 검찰시민위원회 개최 등 '모양갖추기'를 하면서 이정현 의원을 처벌하는데 1년 6개월이나 걸렸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이정현 의원은 세월호 사고가 터지고 닷새 뒤인 4월 21일 KBS가 해경의 늑장구조를 비판하자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에 "그 기사를 빼달라"며 회유와 협박에 가까운 외압을 행사했다. "하필 대통령님이 봤네"라는 내용 등의 민망한(?) 압력들이다.
당시 녹취록을 들어보면 청와대 홍보수석의 행태가 가관이다. 국민들은 보도 책임자와 청와대 홍보수석이 '호형호제'하면서 기사에 대해 일일이 보도지침을 내리는 실제상황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은 더욱 검게 타들어갔을 것이다.
그런데도 당시 청와대는 공영방송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교체를 압박하는 일이 홍보수석의 '통상적인 협무협조 요청'이라고 주장했다.
방송법 4조에서 엄연히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명문화하고 있는데도, 당시 청와대는 '통상적'이라고 강변한 것이다. 청와대가 자신들을 초법적 기관이라고 인식하지 않고는 도저히 내놓을 수 없는 변명이다. 그 정권은 결국 탄핵을 당했다.
현 방송법 구조에서 공영방송 KBS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기관은 실질적으로 청와대 밖에 없다. 여당추천 이사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기때문이다.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이러한 구조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상 청와대로부터 언론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이다.
만약 해경늑장구조에 해경청장이나 해경 대변인이 KBS에 항의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해경은 KBS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그러나 청와대는 다르다. 인사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람이 '어필'하는 것과는 반대의 경우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이 사건은 유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법정에서 녹취록을 현출하면 이정현 전 수석의 '감정과 힘'이 그대로 묻어날 것이다. 더욱이 당사자인 김시곤 전 보도국장도 그 압력을 받고 "보도통제로 여겨졌다"고 이미 밝혔다.
검찰은 방송법이 도입되고 이 의원이 형사처벌되는 "첫 사례에 해당한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이 범죄사실이 명약관화한 상태에서도 기소까지 머뭇거린 시간들을 돌아보면 매우 실망스럽다.
(사진=자료사진)
작년 6월 언론단체들이 이 의원의 '방송 개입 녹취록'을 공개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작년 10월에 이 의원을.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사건을 기소하는데 1년 6개월, 기소여부를 결정하는데 무려 1년 2개월이 넘게 걸린 것이다.
이 사건 범죄 사실의 명확성과 단순성을 감안할때 '눈치보기'수사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공안검사 일부가 사건을 차일피일 미적거렸다는 소문도 들린다. 또 대검찰청이 '검찰시민위원회'를 거쳐 결정하도록 종용했다고 하는데 굳이 '모양갖추기'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검찰시민위원회는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나 4급 이상 공무원의 범죄, 마약·성폭행 등 이목을 집중시킨 강력사건에 대해 검사가 공소 제기나 불기소 처분 전에 심의를 요청하는 제도이다.
사회적으로 논란을 부를만한 사건에서 인권을 보호하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그 취지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너무나 명확해서 인권침해 논란조차 생기기 어려울뿐 아니라 특별히 시민위원회를 거쳐야 투명성과 공정성 시비가 가려질 사안도 아니다. 제도도 어울리는 곳에 사용해야 빛이 난다.
이정현 의원 기소는 만시지탄속에 사필귀정이다.
그러나 검찰도 정권의 눈치보기 그만하고 또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모양 갖추기'에 열 올리지 말고 검찰권을 소신껏 운용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