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거액을 인출할 때 받을 수 있는 의심을 피하려고 가상화폐거래소를 이용해 8억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사건이 발생했다.
20대 여성 A씨는 최근 서울중앙지검 검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A씨 이름으로 대포통장이 개설돼 범죄에 이용됐다며 명의 도용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조사가 끝날 때까지 A씨의 계좌에 있는 돈을 안전한 계좌로 송금하라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 사기였다.
사기범이 알려준 대로 A씨가 송금한 계좌는 각각 사기범이 미리 개설한 대포통장 세 개와 가상화폐거래소 가상계좌 한 개였다. 사기범은 가상화폐거래소의 가상계좌로 송금할 때는 송금인 이름을 A씨가 아니라 미리 설정한 거래소 회원으로 할 것을 요구했다. 송금인과 거래소 회원 이름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거래가 제한되기 때문이었다.
A씨는 세 개의 대포통장에 5억원, 가상계좌에 3억원 등 모두 8억원을 송금했다. 사기범은 이같은 수법을 통해 가로챈 돈으로 가상화폐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입하고 전자지갑으로 옮긴 뒤 현금으로 인출했다.
금융감독원은 젊은 여성들을 상대로 한 보이스피싱이 급증하는 가운데 일인당 피해금액이 가장 많은 보이스피싱 사건이 발생했다고 21일 밝혔다. 기존에 일인당 최대 피해금액은 올해 6월에 발생한 3억원이었다.
특히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가상화폐거래소를 이용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기범이 가로챈 거액의 돈을 은행에서 인출하거나 출금한도가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을 이용하면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감시가 소홀한 가상화폐거래소를 이용해 돈을 빼돌렸다는 것이 금감원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수사기관이나 금감원 등 정부기관이라고 자칭하며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면 일단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하고 주변 지인의 도움을 요청하거나 해당 기관의 공식대표 전화번호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일단 전화를 끊겠다고 양해를 구했는데도 전화를 끊지 못하도록 하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송금인 정보를 바꿔서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로 돈을 송금하라고 요구하면 100% 보이스피싱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청과 금감원은 젊은 여성을 표적으로 하는 보이스피싱이 급증하고 있다며 지난 4월 소비자경보를 발령한데 이어 11월에는 소비자경보를 '경고'로 격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 182억원이었던 월평균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11∼12월에는 280억원까지 53.8%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