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비서실장(사진=윤창원 기자)
중동 국가들은 미국이나 러시아 같은 강국은 아니다. 그렇다고 중국이나 일본같은 중요한 이웃국가도 아니다. 그럼에도 여느 외국 정상의 방한 못지않게 한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한국에 오는 인사가 있다. 바로 칼둔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달 아랍에미리트(UAE)를 특사 방문했을 때 만났던 칼둔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8일 방한하면서 숱한 의혹이 해소되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칼둔 행정청장은 UAE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의 최측근으로, 임 실장의 왕세제 예방 때 함께 자리했던 인물이다. 임 실장의 특사 방문 배경을 둘러싸고 지금까지 각종 의혹이 불거졌지만, 청와대는 칼둔 행정청장이 방한하면 진상이 밝혀질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었다.
이 과정에서 'UAE 방문 의혹'은 여야의 핵심 쟁점으로 자리잡았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따른 UAE 측의 불만 진화를 위한 방문이었다는 의혹제기부터 시작해 '현 정권의 전 정권 뒷조사'에 따른 외교 단절 위기론 등도 언급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원전 수주 이면계약 여부를 들여다 본 정황이 드러나면서 '비밀협정'으로 관심이 쏠렸다.
이명박 정부에서 원전 수주 이후 UAE와 군사 관련 비공개 약정·양해각서 4건이 체결됐고,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도 2013년 UAE와 상호군수지원협정을 맺은 뒤 대외비로 관리돼 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협정 내용에 문제가 있던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원전 수주의 대가 격으로 '전시 자동개입' 등 무리한 내용이 포함된 협정을 맺었고, 이를 현 정부에서 바로 잡으려다가 UAE와 충돌을 빚은 것 아니냐는 게 의혹의 골자였다. 때문에 애당초 문제를 제기했던 한국당이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한국당은 야당 공조의 국정조사를 추진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칼둔 행정청장의 방문으로 의혹 해소가 아닌 '의혹 봉합' 국면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칼둔 행정청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임 실장을 만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여권 인사들과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면 '양국 관계 이상 무(無)'라는 메시지가 부각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야당으로서도 추가적인 문제제기가 부담스러워 질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칼둔 행정청장의 8일 국회 비공개 방문 일정도 주목되지만, 이 자리에 야권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칼둔 행정청장과 친분이 있는 한국당의 한 인사는 참석 의사를 타진했지만, 국회의장실로부터 "UAE 측에서 정세균 의장 단독 면담을 요구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의장실 관계자는 "정 의장이 지난 해 4월 UAE 아부다비에 방문했고, (이에 대한 답방 차원으로) 이번 칼둔 행정청장도 의장 예방을 잡았다" 했다. 한국당에서 '원내대표 참석 가능성'도 흘러나왔지만 의장 측은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