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학교에서 학생과 시민들이 '2018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단식 8강전 정현과 테니스 샌드그렌의 경기를 시청하며 정현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정현이 '호주오픈 4강 신화'의 쾌거를 현재진행형으로 달성하면서 대한민국은 벌써 테니스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 '테니스 단체관람' 진풍경…강습문의, 관련 용품 판매도 증가
정현의 8강전 경기가 진행되던 24일 평일 대낮, 한파에도 불구하고 200여 명의 시민들이 서울고등학교 시청각실에 모여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이들은 경기 내내 손에 땀을 쥐고 중개 스크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정현이 4강전 진출을 확정하던 순간에는 기립 손뼉을 치며 서로를 껴안았다. 경기 중간중간에도 테니스에 울고 웃는 모습이 연출됐다.
관람뿐 아니라 정현 선수의 쾌거로 인해 테니스 자체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는 분위기다. 정현의 4강 진출 소식이 들리기 무섭게 테니스 강습소에는 강습 문의가 늘고, 인터넷 매장의 테니스용품 주문이 느는 등 열풍의 조짐도 보인다.
서울 마포구에서 '탑 테니스' 실내 테니스장을 운영하는 안준혁(29) 강사는 "정현이 8강전에 진출한 이후 일주일 평균 10여 건 오던 문의 전화가 20% 올랐다"며 "아이들 강습뿐 아니라 20대 초반의 젊은 층에서도 반응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SK플래닛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는 지난 17일부터 일주일 동안 테니스가방 매출이 작년 대비 31%나 증가했고, 테니스화 등도 76% 올랐다. 라켓 매출도 5% 늘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도 8강전이 있었던 22일 후로 테니스 라켓 매출이 작년 대비 106%늘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테니스 경기 때마다 용품의 반짝 수요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급등한 것은 처음"이라며 "정현 선수의 승리 때문에 훨씬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현 (사진=대한테니스협회 제공)
◇ '정현 신드롬'에 동호인들 '들썩'…"인기종목 되나"스타 탄생에 테니스 동호인들은 그동안 비인기종목이었던 설움을 벗고 테니스의 인기 종목으로의 탈바꿈을 기대하고 있다.
테니스 홍보를 위해 관련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곤 한다는 윤지수(36) 씨는 "테니스가 생활체육임에도 유명선수가 없어 인기가 없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대중스포츠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호인 김수경(45) 씨도 "테니스가 어려운 경기라고 생각하지만 힐링을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같이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테니스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역동호회에서 회장을 맡는다는 김선희(53) 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자라는 청소년이 테니스를 많이 접하고, 후원사들도 많아져서 훌륭한 선수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테니스 비운의 역사 넘어, 대중화 기틀 마련 필요과거 1976년 주택건설촉진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500가구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는 의무적으로 정구장, 즉 테니스 장을 설치해야 했다. 덕분에 테니스가 주목받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1998년사업주체가 임의로 운동시설을 선택할 수 있게 시행령이 개정 되면서 테니스장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파트에 더 넓은 주차장을 필요로 하게되면서 테니스장은 공간만 차지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도외로 밀려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