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선거 가능 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추는 '선거연령 하향법' 논의에 대해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개혁 법안'으로 불리는 해당 법에 찬성한 것으로 보이지만, 조건을 따져보면 까다로워 사실상 회의적인 입장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1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자유한국당은 미래세대를 책임지는 사회개혁 정당으로서 선거연령 하향과 사회적 평등권 확대에 결코 소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선거연령 하향에 따른 '학교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는 취학연령 하향으로 불식해 가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학 연령 낮추기'를 전제로 한 선거연령 하향 찬성 입장이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18세에게 당장 선거권을 줄 경우, 교육현장의 정치화 우려가 있으므로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1살 낮추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뜻이다.
이런 조건부 선거연령 하향안을 검토 중인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당장 18세에게 선거권을 주자는 것보다는 단계적·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즉시 선거연령 인하) 찬성론자들은 외국 사례를 드는데, 그 사례를 따져보면 18세는 대부분 대학생"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한국당 핵심관계자도 "만 18세가 대학생 신분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1년 낮출 경우 만 6세와 7세가 한꺼번에 입학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이 부분도 단계적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 하면서 실질적으로 만 18세가 대학생 신분으로 투표를 하기까지는 "수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고등학교 3학년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식의 선거연령 하향 '즉시 도입은 불가'하다는 입장인 셈이다. 이는 한국당의 반대와 바른정당 강경파의 부정적 태도로 해당 법안 본회의 상정이 무산된 지난 해 2월 임시국회 때와 별 다를 바 없는 입장이라는 평가다.
당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도 "고등학교 3학년이 선거운동에 휘말리면 2학년, 1학년 고등학교 생활 전체가 선거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며 "(선거연령 하향조정은) 학제개편과 연관해서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에 나온 김 원내대표의 '조건부 찬성안'은 당내 충분한 조율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내부에서조차 "결국엔 (선거연령 조정을) 안 하겠다는 뜻", "처음듣는 얘기"라는 반응이 나왔다.
때문에 일단 '사회개혁' 구호를 앞세우며 찬성 입장을 내놨지만 실질적으로는 투표율 등 선거의 유불리를 따져 선거연령 하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뒤따른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런 식으로 주장하면 결코 개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여당 뿐 아니라 다른 야당에서도 한국당의 전향적 태도를 압박하는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선거연령 18세 인하안을 다른 사안과 연결지으려 하는 건 선거연령을 인하하지 말자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의 연설에 앞서 앞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도 "어제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위 전체회의에서 선거연령 하향조정 문제와 관련해 모든 정당이 적극 찬성했는데 한국당만 반대했다"며 "한국당은 분명히 입장 정리를 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