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대학가 미투(#me too) 바람은 태풍이 될까. 개강을 맞아 각 대학마다 미투 폭로와 지지 연대 움직임이 나오고 있지만, 풍속이 마냥 거센 것만도 아니었다.
◇미투 태풍, 예술 학부 진원에서 전방위로…총학생회 등 지지 연대
미투 태풍의 눈은 그동안 연극, 영화 관련 학과였다. 배우 조민기가 있었던 청주대를 비롯해 세종대에서도 연극학과 교수들의 성범죄 고발이 잇따랐다.
특히 최근 연극영화학과 남성 교수 전원이 성추행의 가해자로 폭로돼 논란을 빚은 서울 서대문구 명지전문대 학생들은 미투 기류에 민감했다.
해당 학과 학생회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미투 운동으로 많은 교수들이 보직해임 및 해임대기 상태로, 가해자의 처벌과 피해자 위로의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새 학기 첫날인 지난 2일 캠퍼스에서 만난 새내기 안모(20) 씨는 "교수님이 아버지 같은 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신입생으로서 무섭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문예창작학을 전공한다는 황수민(20) 씨는 "같은 예술 분야에 있을 생각이라 미투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확산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러다 서울대 커뮤니티에서도 미대 교수의 성추문 폭로글이 올라오는 등 각 대학 학생들의 커뮤니티마다 미투 폭로가 폭발했다.
학생회들도 제보를 받는 등 미투 운동에 뛰어들고 있다.
동국대 총여학생회는 미투 운동만을 위한 대나무숲 페이지를 만들었고, 연세대 총학생회는 '성폭력 사건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
◇위드유(with you)? 취준생은 바쁘다미투 무풍지대가 없는 것만도 아니었다.
미투의 풍속과 온도 차의 배경에는 무관심 또는 무력감이 원인이라는 진단을 대학가 스스로 내놓고 있다.
연세대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원정섭(27) 씨는 "공연계에서 자기들만의 문화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며 "관심이 없는 편이고, 이공계의 경우 여학생 비율이 적어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고려대에 다니는 박모(22) 씨는 미투 운동에 대해 "자격증 공부와 입대 준비로 바빠 관심이 없다" 말했고, 한 연대 공대 학생 또한 "새학기가 시작해 당장 신경 쓸 게 많아 사회문제에 관심을 안 갖는다"고 답했다.
건축학을 전공하는 김모(23) 씨는 "아직 성폭력을 폭로하는 미투운동 자체가 활성화 돼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며 "주변 여성들은 나쁜 짓 당해도 소문으로 끝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 친구에게 그런 일이 생겨 관심을 가진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학 역시 교수와 학생 사이 권력관계가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의 축소판이면서도 취업과 학점 등 경쟁의 최전선에 놓여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