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중략)...정의용 대북특사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미국과 한국 그리고 동맹국들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정 특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 미국과 대화를 하기를 원한다고 말하면서 그가 "솔직하고 진지했다(frank and sincere)"고 전했다.
정 특사는 이어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전례가 없는 '북미 정상회담'을 연다면 두 지도자는 '역사적 업적'을 성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정 특사는 물론이고 그와 함께 있던 대북특사단,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까지 모두 깜짝 놀랐다.
참모들은 처음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중대한 결정을 하는데 그들과 대화를 나눌 것으로 기대했다. 매티스 국방장관과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은 둘다 '우려'도 표시했다. 그들은 만약 곧장 그렇게 결정하면 "리스크가 있을 것 같다"고 대통령에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그들 의견을 새겨듣지 않았다. "난 (북미정상회담을) 받아들인다. 수용한다(I get it)"라고 말해버렸다.
트럼프는 다른 사람들이 깜빡이는 노란 불을 보고 속도를 줄일때 오히려 속도를 높인다. 한국 대북특사단과의 45분 대화는 그런 식이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묘사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성사' 순간이다.
(사진=청와대 제공)
김정은 위원장의 무엇이 트럼프 미 대통령을 반색시켰을까? 한국의 대북특사가 전한 김 위원장의 '추가 메시지'는 아직도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언론들은 "북미 수교관련이다, ICBM개발 포기다. 인권이다'라고 연일 추측보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7명만 알고 있다"며 여전히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추가메시지는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신뢰구축의 일환이고 매우 포괄적인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정상국가 의지에 대한 포괄적 방안"이라고 추가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에따라 청와대 안팎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과 관련된 입장을 표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강력하게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구미를 확 끌어당긴 중국 관련 언급은 무엇일까.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중국보다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취지의 김정은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수교와 같은 구체적 얘기를 할 단계가 아니므로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 의사를 명확하게 밝힌 것으로 본다"며 "상대국과의 신뢰문제가 있기때문에 결코 공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은 북한을 대화상대로 진지하게 존중해달라"고 대북특사단에게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의용 실장도 워싱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이번에 특이할만한 점은 김정은 위원장이 여러가지 제안을 하면서 대화의 전제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종전의 북한 태도와는 엄청난 변화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의 석방문제도 있지만, 이를 김정은 위원장의 추가메시지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 스타일로 볼때 아직은 '살라미 전술'로 잘게 쪼개 대응하는 것 같지 않다"며 "억류자 3명 석방은 이제 '변수'가 아니고 미 특사단이 평양에 가면 조건없이 돌려보내는 하나의 '사건'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인 대통령의 대미특사 자격으로 미국 방문을 마친 국가정보원 서훈 원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과거 북한은 무엇을 요구했나북한이 미국과의 거래에서 과거처럼 대화의 대가나 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서훈 국정원장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대가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그 얘기를 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번에 북한은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양국 지도자의 결단 차원에서 '통크게 협상을 해보자'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이번에 대화의 문턱을 크게 허물었다. 북한이 가장 최근 내세운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은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이 지난해 5월 노르웨이 오슬로를 방문한 계기에 알려졌다.
최 부상은 당시 핵 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의 3가지 조건으로 (1)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포함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2) 대북 제재 해제 (3)북미 평화협정체결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간 비핵화 담판의 전제조건으로 '한미군사훈련 중단'이나 '대북제재 해제'를 아직 요구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는 북한과 미국이 협상과정에서 기존의 전제조건을 얼마든지 허물고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미국은 대화할 용의가 있으나 그에 앞서 우리는 핵 프로세스와 모든 실험의 전면적 중단을 보아야 한다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과거에는 북미 지도자의 쿵짝이 한 번도 맞아 떨어진 적이 없지만,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스타일이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이럴때 우리 정부는 비핵화 진도를 빼야(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흥미로운건 두명 다 과거방식대로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두 사람이 (비핵화 진도를) 쭉 빼면 실무자들이 허덕허덕 따라가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과거 6자회담처럼 시방서를 만들고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고 건물을 만들면서 시방서를 수정해가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담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