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두 번째 이슈로 한번 가볼까요?
◇ 최서윤> 네. 다음 이슈입니다.
그린벨트 해제, 서울이 뜨거워진다.◆ 홍종호> 부동산 공급 계획이 정부에서 새로 나와서 지금 시장에서 관심이 많이 있다고 하는데요. 수도권에 5만 호, 서초구에 2만 호 이런 얘기가 나와 있네요.
◇ 최서윤> 네. 지난주에 아주 관심이 뜨거웠던 정책 발표가 있었죠. 국토교통부랑 대상 지자체가 함께 8.8 부동산 대책에서 예고했던 그린벨트, 즉 개발제한구역 해제 대상지를 발표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그다음에 경기 고양, 의왕, 의정부 총 4개 지구에 주택 5만 호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2026년에 지구 지정을 하고요. 공급 목표 시기가 꽤 빨라요. 2029년에 첫 분양을 해서 2031년 첫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꽤 과감한 정책 발표였어요.
이 조치로 653㎡ 상당의 그린벨트가 해제되는데요. 여의도의 2.2배, 그러니까 2배가 훨씬 넘는 정도의 대단히 큰 면적입니다. 아무래도 관심이 제일 쏠리는 데가 서울 서초구예요. 서리풀지구라고 불리는 이쪽에 2만 가구 주택이 들어설 예정인데 이와 관련해서 기후 관점으로 한번 분석을 해볼까 하고 소식을 가져와 봤습니다.
◆ 홍종호> 일반적인 경제 방송에서 부동산 관련은 초미의 관심사니까 이미 많이 다루고 있을 거고 저희는 기후 관점에서 그린벨트의 긍정적인 효과와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어쨌든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는 이명박 정부 이후 12년 만이다라는 얘기가 있어요.
◇ 최서윤> 네. 사실 그때 집값을 낮추는 데 그린벨트 해제가 되게 주요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아마 이런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하긴 했는데요. 내용을 볼게요. 이번 정책이 실현될 경우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보여드릴게요.
현재 서울시에 있는 그린벨트가 한 149㎢ 정도 됩니다. 서울 서초구 외에도 강북권에도 있고요. 송파, 강동구 이쪽에도 그린벨트 지역이 많아요. 이번에 송파랑 강동 쪽에서 해제되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서초구에서 해제를 했습니다. 국토부는 서리풀지구를 고른 이유로 이미 그린벨트 훼손이 어느 정도 진행이 돼서 보존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홍종호> 그린벨트 해제할 때 늘 똑같은 논리더라고요. 70년대 초에 만들어졌는데 조금씩 야금야금 해제가 되고 해서 이제는 더 이상 보존 가치가 없다라는 얘기를 많이 하죠.
◇ 최서윤> 그리고 아무래도 수요를 억제하려다 보니 인기 주거지랑 가까워서 인프라 투자나 등 비용을 조금만 투자해도 되는 곳, 집만 짓고 약간의 교통망만 연결하면 인기 주거지가 넓어지는 효과를 줄 수 있는 곳을 골랐다는 취지로 설명을 했어요. 보면 서리풀지구 일대에 펜스랑 비닐하우스 설치된 지역이 많이 있습니다. 그린벨트 해제 추진될 때마다 여기가 유력 후보지로 거론이 됐었고 개발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에 땅값은 이미 많이 오른 상태예요.
◇ 최서윤> 근데 환경 관점으로 한번 보실게요. 서울을 비롯해서 수도권의 여름을 아주 뜨겁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도시열섬 현상이라고 하죠. 아스팔트랑 콘크리트가 열을 흡수하면서 도심이 주변보다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촉발할 수 있다는 거죠.
◆ 홍종호> 네. 사실은 과거 같으면은 이런 이슈가 잠깐 왔다가 사라지지만 이제는 기후위기 시대고 한여름보다 너무 폭염에 시달리잖아요. 그런데 만약에 그린벨트 해제로 도시열섬 현상이 더 악화된다면 이건 심각하다고 받아들일 분들도 서울 주민들 중에 계실 것 같아요. 그죠? 실질적인 연구나 그린벨트 없앴더니 정말 도시열섬 현상이 더 악화됐다 라는 것에 대한 예시 같은 게 있을까요?
◇ 최서윤> 네. 부산광역시의 그린벨트 해제에 관련한 영향을 연구한 논문이 있어서 가져와 봤습니다. 2021년 10월 발표된 논문이고요. 제목이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따른 도시열섬의 형성 가능성 연구 부산광역시를 대상으로'라는 제목이에요. 연구자들이 개발 제한 구역이 해제되기 전에 온전히 보존됐던 2000년의 부산이랑 그린벨트 풀리고 개발이 진행된 2018년의 부산을 비교했습니다. 18년 간극이 있고 그사이 개발이 이루어진 거죠.
논문에서 여름철 지표면 평균 기온을 분석을 해봤는데요. 2000년의 경우에는 개발제한구역에 보시면 개발제한구역 설정된 부산시 외곽이 지금 주변보다 온도가 낮은 거를 보실 수가 있어요. 근데 도심은 상대적으로 높고 그림에서 확연히 구분이 되고 있죠. 2018년 보실게요.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고 부산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시열섬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 지역의 평균 지표 온도 차가 5도 넘게 차이가 났다고 해요.
부산시가 그린벨트 풀어낸 다음에 여기다가 신도시도 개발하고요. 산업단지도 조성하고 대규모 택지 개발 사업을 했어요. 녹지가 많이 줄었겠죠. 그러면서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덮인 불투수 면적, 물이 투과할 수 없는 면적이 증가했고요. 토질이 변화하면서 도시 기온도 오르고요. 새로운 도시열섬을 형성한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시 서울시로 돌아와서 서울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 계획을 보면 중심 상업지역의 온도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서울 외곽 녹지 지역보다 평균 3.46도가 높다고 합니다.
◆ 홍종호> 그렇게 차이가 나요?
◇ 최서윤> 예. 그리고 녹지 면적도 보면 서울시가 인구 1인당 도시 녹지 면적이 24.79㎡래요 그런데 전국 규모로 보면 인구 1인당 도시 녹지 면적이 266㎡거든요. 그러면 서울시는 인구 1인당 도시 녹지 면적이 10분의 1도 안 되는 거예요. 전국에 그만큼 과밀하고 도시열섬 현상도 심각하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홍종호> 여름철 폭염이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우리가 그린벨트 문제를 다각도로 봐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린벨트 해제해서 주택 공급하면 초미의 관심사인 집값은 안정화된다고들 전문가들이 얘기하나요?
◇ 최서윤> 안정화되면 참 좋겠죠. 우리가 그린벨트 해제라는 비용을 들이지만 집값이 안정되는 편익이 아주 크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은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은영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어떤 평가를 했냐면 강남권 그린벨트를 해제하더라도 신규 공급 규모가 워낙 뻔하고 이 정도 물량으로 서울 집값 잡는 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어요. 굳이 지금 시점에서 그린벨트까지 건드려서 큰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조금 냉정한 평가를 한 거죠.
또 공급량을 늘린다고 해서 집값이 꼭 내려가냐 이런 거를 보면요. 가장 최근의 사례가 2018년에 헬리오시티인데 그때 당시로는 가장 규모가 큰 아파트였었어요. 9천 호 규모의 송파 헬리오시티가 입주를 시작할 때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기 때문에 강남권에 전세 약세장이 펼쳐지면서 매매가도 같이 끌어내리는 현상이 있었어요.
◇ 최서윤> 그런데 공급량을 엄청나게 늘려서 집값이 크게 하락했느냐. 당시가 워낙 상승 기대심리가 높았던 시장이었던 것도 있습니다만 공급으로 인한 가격 하락 효과가 한 6개월 정도밖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018년 12월에 입주 시작했는데 2019년 5월부터는 전셋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과잉 공급으로 인한 가격 하락 효과, 공급량을 늘린다고 해서 가격을 꼭 낮출 수 있느냐, 이것도 어려운 거죠.
지금 가장 최근에 강동구에 둔촌 주공을 재건축한 올림픽 파크 포레온 같은 경우에는 만 2천 세대로 헬리시티보다 세대 수가 훨씬 많아요. 그래서 입주할 때는 헬리오시티 때처럼 전세가도 내리고 매매가도 내리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거든요. 워낙 상승 기대심리가 크기 때문에요.
어떻게 보면 미래 세대에 대한 희생이기도 하죠. 그린벨트까지 풀어서 주택을 개발하는데 집값을 낮추는 효과까지 미미하거나 혹은 너무 공급을 늘리는 게 때로는 시장을 과열시킬 수도 있잖아요. 그 효과까지 내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가 들이는 비용이 너무 커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볼 주제인 것 같습니다.
◆ 홍종호> 결국 이 소식의 중요한 시사점은 그린벨트 해제라는 것을 우리가 다각적으로 볼 필요가 있겠다. 그러니까 토지 공급 그 이상의 도시열섬 현상 기후변화 시대에 과연 적절한 도시 계획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네요. 그리고 최적의 도시계획 방안을 우리가 도출해야 되는데 거기에 중요한 변수로 기후변화, 폭염이 등장했다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네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CBS 최서윤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서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