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오른쪽) 한진그룹 회장과 한진그룹 항공계열사 진에어 항공기. 조양호 회장 일가는 '진에어 밀어주기'로 큰 이익을 남겼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사진=노컷뉴스·진에어 자료사진)
대한항공 사주일가는 항공기에서 판매하는 기내면세품을 저가에 납품받은 뒤 최대 50%에 이르는 웃돈을 붙여 고가판매하고 제품납품을 돕는 계열사 '싸이버스카이'에 통행세를 남겨주는 수법으로 조원태, 조현아, 조현민 삼남매에게 불로소득을 챙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대한항공의 A 객실사무장은 CBS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땅콩회항 전후까지 대한항공 계열사이자 조양호 회장의 자녀들(삼남매)이 대주주로 있는 싸이버스카이사(社)를 통해 모든 면세품이 납품된 것으로 안다"며 "삼남매가 이를 통해 1년에 50억씩 가져간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하루 100여편의 국제선을 운항하고 있고 편수가 당시보다 더 늘어나 거래규모는 더 증가했을 것으로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A 사무장은 특히, "대한항공이 판매하는 기내면세품은 조달원가 대비 미니멈(최소한)으로 50%이상 남는다. 그만큼 남품단가는 낮게 들어온다"고 증언했다.
대한항공 면세품 통신판매 업무흐름도(자료=공정위)
기내에서 판매되는 면세품을 공급한 싸이버스카이는 "조양호 회장은 (지분이)없고 삼남매가 지분의 100%가지고 있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진계열사 부당지원 및 부당이득제공행위 의결서'를 보면, 이 회사는 지난 2000년 6월 설립당시 조씨일가 외 다수의 대주주가 있었지만 2007년을 기점으로 조현아 등 조씨일가 3인이 지분 각 33.3%씩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조원태씨는 대한항공 사장이 되면서 지분을 처분했다.
이때부터 이들이 대한항공으로 지분을 전량 매각한 시점인 2015년 11월까지 이른바 통행세를 챙겼을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기내면세품 판매 관련 통행세와 사익편취 혐의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조씨 형제들은 지분을 보유했지만 사내 직책은 맡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사주일가라는 이유만으로 불로소득을 챙겼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하지만 승객들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찬밥신세였다. 땅콩회항 이전에는 승무원들의 노고가 인정돼 판매액의 일부를(0.019%를 승무원 숫자로 나눈 액수)'기판수당'으로 지급했지만, 조현아씨(당시 객실승무본부장)지시에 따라 월별 매출목표를 달성해야 지급되는 '기판인센티브'로 바뀌었다. 이런 식으로 승무원들이 받지 못한 돈이 무려 100억원에 이른다고 승무원들은 주장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 자녀들이 대주주로 있는 싸이버스카이사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일부
한 승무원은 "기내면세점은 스튜어디스들이 기내에서 노가다 하면서 수익을 얻게되는 게 수익구조인데, 조씨일가가 이 이익을 가만히 앉아서 독차지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조양호 회장 일가가 '진에어 밀어주기'를 통해서도 큰 이익을 남겼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B조종사는 24일 "진에어는 땅짚고 헤엄치기야. 이익을 못낸다는 건 말이 안된다. 왜냐하면, 대한항공에서 거의 다 밀어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보잉737기종 한 대를 도입하는데 비용이 1000억원 이상 들지만 진에어는 대한항공이 1000억원을 주고 도입한 항공기를 빌리는데 100억원을 주면 되니까 티웨이나 제주 등 다른 LCC는 게임이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진에어가 승객을 태우면 태울수록 대한항공에는 손실이 나지만 한진칼을 통해 진에어를 지배하고 있는 조씨일가는 (진에어)IPO에서 대박을 쳤다"면서 "(조씨일가에서는)정식 임대계약을 했다지만 다른회사가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주겠느냐"고 반문했다.
공정위는 이와관련해서도 부당지원혐의를 두고 조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대한항공 외에 다수 계열사에서 조사를 진행중이다"고 밝혔다.
진에어 측은 25일 "항공업계내에 위치가 확고한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협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으나, 일방이 유리한 계약이 아닌, 면밀한 검토를 거친 정상적인 계약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