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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반도의 화약고' 서해5도 '평화의 섬'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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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한반도의 화약고' 서해5도 '평화의 섬' 꿈꾼다

    • 2018-04-25 05:00

    한반도기 달고 조업하는 어민들 "남북 공동 파시·어로구역 조성해야"

    서해5도를 그려넣은 한반도기를 단 어선.(사진=장태헌 백령도 선주협회장 제공)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30분쯤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연평도가 순식간에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이날 북한의 무차별 포격으로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졌다. 연평도 포격사건은 한국전쟁 이후 북한이 우리 영토를 직접 타격해 민간인이 숨진 최초 사례로 기록됐다.

    불과 8개월 전 인근 백령도 해상에서 해군 초계암 천안함이 북한이 쏜 어뢰를 맞고 두동강이 나 해군 40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1999년 6월에는 제1연평해전이 벌어졌고, 2002년 6월에는 제2연평해전이 벌어졌다.

    북한의 도발이 끊이지 않아 연평도와 백령도를 포함한 서해5도는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린다.

    그런데 지금 세계의 눈이 서해5도로 쏠리고 있다.

    27일 판문점에서 개최되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서해5도가 '평화의 섬'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남북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24일 연평도에서 만난 어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평화를 갈망하고 있었다.

    서해5도 어민 대표들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 남북 공동 '파시'(波市·바다 위 생선시장)를 만들고 더 나아가 남북 공동어로구역을 조성해 서해5도를 평화협력 특별지대로 조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종의 '바다의 개성공단'을 만들자는 것이다.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이 24일 연평도어촌계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전성무 기자)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은 "중국어선들이 지난 30년 동안 NLL을 침범해 수산 자원을 싹쓸이 하는 것을 우리는 지켜봐야 했다"며 "우리도 자유롭게 NLL에 가서 고기 한번 마음껏 잡아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공동어로구역에서 함께 조업하는 것은 지금 당장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우선은 연평도와 백령도의 NLL 해상에 바지선을 띄워 남북 수산물을 사고 파는 남북 공동 파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장태헌 백령도선주협회장은 "서해 NLL은 수산 자원이 풍부한 황금어장인데 그동안 전쟁 발발위험 때문에 남한과 북한 어민들이 접근을 못하고 그 자리를 중국 어선이 차지했다"며 "이 기회에 남북이 공동어로구역을 재설정을 해서 우리 해양 자원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해5도 평화를 위해 정부의 역할론도 나온다.

    조현근 인천해양연구소 정책위원장은 "서해5도와 옹진반도는 해양자원이 굉장히 풍부한 곳"이라며 "해양수산부, 통일부, 인천을 포함한 중앙 및 지방정부가 서해5도 어민들과 논의 및 협의할 수 있는 추진협의체가 구성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서해5도 어민들은 서해5도를 그려 넣은 한반도기를 자체 제작해 어선에 달고 조업하고 있다.

    한반도기를 달고 조업하는 서해5도 어민들의 모습은 영국의 BBC 등 주요 외신들도 카메라에 담아갈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연평도 연평리 176번지 민간지역 포격현장.(사진=전성무 기자)

     

    연평도 곳곳에는 2010년 포격의 참혹함이 8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민간인 포격 현장인 연평리 174·175·176번지 민가에는 불에 탄 가재도구가 널려있었고, 휴가를 포기하고 부대에 복귀하다 포탄에 맞아 산화한 고(故) 서정우 하사의 해병대 모표는 소나무에 박힌 채 그날의 아픔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60년이 넘도록 찾아오지 않았던 서해5도의 평화가 이번에는 찾아올 수 있을까.

    서해5도 어민들은 그 누구보다도 27일 회담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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