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한국전쟁 이후 불구대천 원수로 지내온 미국과 북한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푸에블로호 납치사건과 판문점 도끼 살인사건 등 북미 양국은 한반도에서 늘 긴장과 대결의 관계를 지속해왔다. 1994년과 2017년에는 '전쟁설'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70년의 뿌리깊은 대결관계를 잠시 뒤로하고 북미 양정상은 문자그대로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전 세계 언론은 기성 주류 정치인과 차원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할아버지와 아버지 뜻을 이어 3대째 핵무력 완성에 매진해왔지만 과감하게 핵담판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상봉 장면을 모두 극적으로 다룰 것이다.
양 정상이 숙소인 호텔을 나서는 순간부터 회담장인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첫 악수를 나누는 장면, 환담하는 장면, 그리고 회담 장면 하나하나는 전 세계인의 이목을 완전히 빨아들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담판을 복싱에 비유하면 마치 헤비급 챔피언과 플라이급 챔피언의 대결이라고 비유해도 과언이 아니다.
체급은 말이 안된다. 하지만 김 위원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핵주먹'을 갖고 있기때문에 이번 매치가 성사됐다.
두 정상간 핵담판 중에서 주목해야 할 3가지 관전 포인트를 미리 살펴봤다.
◇ '싱가포르 공동선언'에 비핵화 시한 들어가나?6월 12일 첫 만남은 두 지도자의 '퍼포먼스' 하나하나가 주목대상이다. 그러나 회담의 결말은 양 정상이 합의할 공동선언 내용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다.
싱가포르 공동선언은 어떤 내용을 담을까?
아직까지 양 정상이 채택할 공동선언은 상당부분 빈칸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두 지도자의 협상스타일에서도 기인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두 정상은 비핵화에 대한 광범위한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질 것"이라며 "때문에 우리는 두 정상이 앞으로 나아가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둘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협상의 달인'이라고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몫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은 특히 최고 지도자의 결단으로 합의문을 만드는 강한 특성과 전통을 갖고 있다. 기본적 생각이 있어도 참모들은 그것을 쉽게 바깥으로 쉽게 표출하지 않는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도 두 지도자가 만나고 빈칸을 확실하게 채울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구체시한이 정해진다면 상당한 진전이 될 것이다. 북핵협상 역사에서 합의안에 비핵화 시한이 명시된 적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다.
전문가들은 "만약 2020년까지 구체적 목표 날짜가 들어간다면 협상은 일단 성공적이라고 평가해야 한다"며 "그것은 곧 북한의 요구인 안전보장 상응조치도 그만큼 구체화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비핵화 시한과 구체적인 초기 이행조치까지 포함된다면 이번 회담은 대성공으로 기록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취소하자 5월 25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밝혔던 담화 내용을 참고해 보자.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 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다.”
◇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악수 대결, 그리고 볼턴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폭스뉴스 영상 캡쳐)
비핵화 합의가 최대 포인트라면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간 퍼포먼스는 두번째 포인트가 될 것이다.
두 사람이 악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주특기처럼 김정은 위원장의 손을 꽉 잡고 기선제압에 나설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가끔 '악수'로 전달한다.
트럼프는 작년 3월 백악관에서 열린 메르켈 독일 총리와 첫 정상회담에서 메르켈 총리가 악수를 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악수를 거부해 버렸다.
대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는 악수로 서로 기싸움을 벌여 화제가 됐다. 미일정상회담에선 친분을 과시한다며 아베 총리의 손을 십여초 이상 꽉잡고 놓치 않는 바람에 아베총리가 기함할 뻔했다.
특히 첫 회담을 마친 두 사람이 취재진 앞에서 악수한다면 이번 정상회담의 청신호가 될지 모른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참모인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상면할지도 전 세계 언론의 주목거리이다.
북한은 지난 2003년 볼턴을 '인간 쓰레기,인간 흡혈귀'라고 비난했다. 김계관 부상은 지난 달 "리비아식 모델을 언급한 그에게 ‘사이비 우국지사’라고 비난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을 엎을 수도 있다"고 저격했다.
◇ 문재인 대통령 초청받을까?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성사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문재인 대통령은 두 정상이 초대만 한다면 곧바로 합류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에 관계없이 문 대통령을 부를 가능성은 아주 낮아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캐릭터'를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 성과를 다른 누구와도 나눠 갖기를 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 1면에 김정은 위원장과 독점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나오기를 원할 것이다. 그는 5천명의 기자들이 몰려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왜 문 대통령까지 포함시켜 그런 '관심'을 나눠주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종전선언을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엔 날짜만 잡고 다음에 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그의 예측은 트럼프 대통령 '심리'로 유추한 것이다. 실제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마친 뒤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로 예정돼있다.
다른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부자나라 7개국 정상이 모인 캐나다 G7 정상회담을 왜 박차고 싱가포르로 중간에 달려오겠는가? G7 회담도 김정은 위원장과 만남에 비하면 '뉴스'가 안된다. 그는 그 사실을 너무 잘알고 있다"고 말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