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의문 속에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프랑스 파리 외곽의 한 양계장에서 살해됐다는 주장이 처음으로 나왔다.
<시사저널> 인터넷판은 11일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을 1979년 10월 파리의 한 음식점에서 납치한 뒤 양계장 분쇄기에 넣어 살해했다는 특수공작원 출신 암살조장 이모씨의 주장을 보도했다.
이씨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에서 훈련을 받은 뒤 또다른 암살조 곽모씨와 함께 지난 1979년 10월 7일 밤 파리의 한 식당에서 한국인 여배우를 기다리던 김형욱을 납치해 파리에서 4~5Km 떨어진 양계장에서 살해했다"고 밝혔다.
양계장을 살해장소로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프랑스 정보당국의 추적을 피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양계장 분쇄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 "살해 당시 김형욱은 마취상태였기 때문에 별다른 저항은 없었으며 말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또 "파리에 침투하기 직전 박정희 전 대통령을 만났으며 직접 지시를 받지는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김형욱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또 "프랑스 정보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침투 단계에서부터 흔적이 남는 항공기는 이용하지 않고 화물선 등을 이용했으며, 그 과정 중에 여러 인물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정확한 신원은 당시에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절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김형욱은 지난 1973년 미국 망명 뒤 박정희 정권의 온갖 비리를 폭로했으며 1979년 10월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뒤 실종돼 여러 의혹을 낳았다.
CBS사회부 장윤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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