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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투쟁에 나선 靑…민간인 사찰 공세 적극 반박

대통령실

    프레임 투쟁에 나선 靑…민간인 사찰 공세 적극 반박

    "문재인 정부 유전자에 민간인 사찰 없다" 도덕적 낭만주의
    도덕적 우월성 훼손 안 된다는 내부 판단 강하게 작용한 듯
    제도개선 고민은 간데 없고 "아무 문제 없다"만 반복
    한국당 진상조사단 구성, 국정조사까지 불사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는 국정농단 사태의 원인을 단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전직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의 민간인 사찰 의혹 폭로에 이같이 말했다.

    비위 의혹으로 검찰로 원대복귀 조치돼 대검 감찰본부의 감찰과 수사를 받고 있는 김 수사관은 1년 6개월 가량 몸담았던 문재인 정부 특감반에서 자신이 진행했던 민간인 동향 첩보 작성 의혹을 연일 터트리며 청와대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 민간인 사찰 프레임에 '알레르기 반응'

    청와대는 비위 혐의로 징계와 형사처벌을 받게된 김 수사관이 이를 무마할 목적으로 자신을 '정치적 희생양'로 포장하면서 '반전 카드'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지난 주말부터 조목조목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김 수사관이 박형철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고건 전 총리 아들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실장 등 참여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암호화폐(가상화폐) 보유 현황을 파악했다고 주장하는 등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휘발성 큰 사안들을 꺼내들자 '유전자'라는 단어까지 동원해 적극 반박하는 모양새다.

    김 대변인은 "일부 언론에서 청와대 특감반 활동을 과거 정부에서 있었던 '민간인 사찰'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민간인 사찰' 개념까지 동원해 '권력기관의 지시가 없는 특감반원 개인의 임의 정보 수집',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진행된 것이 아니다', '정부정책 반대 인사 등 특정 민간인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며 적극 방어했다.

    김 대변인은 "가상화폐 대책 수립 과정에서의 기초자료 수집도 민간인 사찰인양 보도한 것은 왜곡"이라며 "반부패비서관실은 국가 사정 관련 정책 수립이 고유의 업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대응은 김 수사관의 일방적인 주장이 자칫 이명박 정부 시절 이뤄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무차별적 민간인 사찰과 등치되는 '정치적 프레임'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추가 메시지를 보내 '공무원이 법령에 규정된 직무범위를 벗어나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평소의 동향을 감시, 파악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개인의 집회, 결사에 관한 활동이나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미행, 망원 활용, 탐문채집 등의 방법으로 비밀리에 수집, 관리하는 것'이라는 민간인 사찰 정의 관련 대법원 판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 수사관의 민간인 사찰 의혹 주장 직후 청와대가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의 불필요한 정보 업무를 폐지했다", "경찰의 정보활동도 집회 관련 등 꼭 필요한 곳을 제외하고는 폐기했다"고 거듭 강조하고 나선 것도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도덕적 우월성이 더이상 훼손되면 안된다는 절박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 불필요한 논란 차단할 제도개선 고민보다 "아무 문제 없다" 해명 급급

    청와대의 이같은 알레르기 반응에 가까운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작 특감반 운영 미숙과 제도적 미비점 등은 개인적 일탈이나 실수 등으로 치부하면서 논란을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윤근 주러시아대사 비위 의혹과 민영기업인 공항철도 비위 첩보 조사 지시가 대표적이다.

    김 대변인은 암호화폐 관련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 "특감반원들은 감찰할 때는 감찰반원으로 역할을 하지만,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를 수집할 때는 행정요원으로서 같이 협업하기도 한다. 두 가지 신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특감반원과 행정요원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모호한데다, 상황에 따라 자의적으로 자격을 부여한 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

     

    특히 청와대는 특감반원들의 불필요한 민간인 사찰 논란을 향후에 원천적으로 차단할 개선책 마련에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민간인 사찰이 아니다"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당위성만 거듭 주장하면서 감찰과 정책 수립 영역을 분리해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할 고민 자체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대변인은 이날 '특감반원의 민간인 정보 수집을 차단하고, (가상화폐 정책수립과 같은) 정책은 (전담) 행정요원이 맡는 방안을 검토하는 게 없냐'는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드릴 위치에 있지 않다"고만 말했다.

    김 수사관의 민간 은행장 동향 정보 수집을 개인적 일탈로 규정해 시정조치를 취하고, '불순물' 같은 불법 정보수집은 특감반장과 반부패비서관 등의 데스킹 과정에서 걸러지는 '정화' 장치가 있다며 현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는 대응도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야당은 당장 청와대의 '도덕적 낭만주의'에 칼을 빼들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국정조사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민간인 불법 사찰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또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비리에 대한 보고가 묵살되는 과정에서 윗선이 얼마나 개입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청와대가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다면 당에서 국정조사까지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공세를 취했다.

    진상조사단에 합류한 강효상 의원은 "가상화폐 정책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었는데 자기 식구들의 가상화폐 보유 현황을 보고받았는지, 정책에 반영됐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정조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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