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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하은이' 성매매 판결, 개정된 법으로 막을 수 있나

사건/사고

    '13세 하은이' 성매매 판결, 개정된 법으로 막을 수 있나

    "합의했어도 처벌" 아청법 개정안 최근 통과
    하은이 사건 적용하면 성폭행…3년 이상 징역
    '궁박한 상태' 뜻 모호…"대상청소년 삭제해야"

    지난 2014년 6월 닷새 동안 6명의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법원에서 성매매라는 판단을 받았던 이른바 '하은이 사건'을 연출한 사진. 당시 하은이(가명)가 한 매수남으로부터 얻어먹었다가 나중에 화대로 인정돼 성매매 판단의 근거가 됐다고 알려진 떡볶이가 테이블에 올려져 있다. (사진=서은미 작가/십대여성인권센터 제공)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에게 대가를 쥐여주고 성을 착취한 매수자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최근 마련됐다.

    허술한 법망의 빈틈을 메웠다는 평가와 함께, 현장에서는 피해 청소년의 상황에 따라 여전히 성매매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한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개정안을 보면, 앞으로 19세 이상의 성인이 13~16세 청소년의 '궁박(窮迫)한 상태'를 이용해 간음할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받을 수 있다.

    이전까지는 가출이나 학대 등으로 의식주 해결이 어려운 청소년을 꾀어 숙식을 제공하고, 이들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은 경우 성폭행이 아닌 '성매매'로 간주했다.

    아동이 간음을 당하면 적극적 반항이 없더라도 피의자에게 성폭행 혐의를 적용하는 '의제강간' 적용연령이 형법에서 13세 미만으로 제한된 까닭이다.

    지적장애를 갖고 태어난 하은이(가명·당시 13세)가 지난 2014년 6월 닷새 동안 6명의 남성에게 차례로 성관계를 당한 사건을 경찰과 검찰, 법원이 모두 성매매로 판단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지능이 7세 수준이었던 하은이는 당시 의제강간 적용연령을 2개월 넘긴 상태였고, 스마트폰 채팅앱으로 만난 남성들이 제공한 '숙박'이란 대가는 화대로 인정됐다.

    하은이는 이들이 건넨 떡볶이와 치킨까지 화대로 인정됐다고 알려져 공분을 산 뒤에야 그나마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민사재판부의 항소심 판단을 받아 오명을 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만약 비슷한 사건이 이번에 개정된 아청법 시행 이후 다시 발생한다면 어떻게 적용될까?

    먼저 13세였던 하은이는 성폭력 피해자로 보호받을 수 있다. 하은이가 성매매 대상청소년으로 규정되면서 갈 수 없었던 경찰 해바라기센터 등 지원기관의 도움도 기대할 수 있다.

    성매매 초범이라는 이유로 수백만원 수준의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가해자들도, 이제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의율될 수 있다. 또 신고자에게는 최대 100만원의 포상금이 주어진다.

    (자료사진=서은미 작가)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궁박한 상태'였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 하은이의 경제적 상황이나 떡볶이·숙박 등의 대가가 범행과 어떤 연관이 있었는지가 수사·재판 과정에서 쟁점으로 오를 수 있다.

    무일푼이었던 하은이 사례라면 궁박한 상태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용어의 정의부터 모호하다는 점에서 현장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판례에서는 궁박이 심리·정서적인 어려움을 포함한다고 알려졌다. 반면 국회 여가위 관계자는 "넓게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개정법 취지는 경제적 곤궁 쪽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성착취 피해 청소년을 보호하려면 그 답은 궁극적으로 '대상 청소년' 개념 삭제를 담은 아청법 개정안에 있다"며 "이 법은 지난 3월 상임위인 여가위를 통과했지만 법무부에 발목 잡혀 계속 법사위 계류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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