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중학교 야구부 감독 선발과정에서 '채점표'가 외부로 유출되고 학교측이 특정 지원자측에 '탈락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복수의 채용 부정 정황이 포착되자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시에 있는 협성경복중학교(이하 경복중)는 지난해 연말 야구부 감독 채용공고를 낸 뒤 이달 초부터 선발전형을 실시했다.
현직 코치와 중고교 감독 등 21명이 지원했고, 서류전형을 통과한 5명을 상대로 지난 14일 면접전형이 실시됐다. 이 가운데 김모, 원모씨 등 2명이 최종 후보자로 선발됐는데, 경복중 선발소위원회는 김 모씨를 낙점, 15일 합격자로 발표했다.
수도권 고등학교의 현직 야구부 감독으로 재직중인 김씨가 합격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내연하고 있던 학부모들의 반발은 폭발하고 말았다.
경복중 야구부 학부모 전원은 합격자 발표 직후인 18일 집단으로 학교에 찾아가 1차 서류 채점표가 어디서 유출됐는지와 비리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 감독을 선발한 이유 등을 따졌다. 또 대구시교육청을 항의 방문해 '채용비리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촉구했다.
야구부 학부모들이 제기하는 의혹은 크게 두 세 가지다. 첫째 '누군가 사전에 1차 서류전형 채점표를 유출해 특정인에게 사전준비를 충실히 해 서류를 잘 작성.제출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것.
학부모 A씨는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1,2차 채점표를 보면 생활체육 2급 자격증만 있으면 최소 88점은 맞을 수 있을 정도로 주관적일 뿐아니라, 지원자에게 과거 비위전력이 있어도 최소한의 감점에 그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체점표 사진
경복중 감독으로 뽑힌 김모씨는 과거 중앙대 감독 재직시절 비리에 연루된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1년1개월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적이 있었다는 게 학교측 설명이다. 그러나 학교측은 경복중의 감독직을 수행하기 어려울 만큼 큰 흠결로 판단하지 않았다.
이 학교 김 모 교장은 25일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자격요건 상 김 감독의 징계사실은 감독으로서 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도 "흠결에 대한 감점은 시켰지만 다른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주장을 폈다.
둘째, 감독 선발에서 중립적 입장을 견지해야할 학교장이 특정 지원자에게 반감을 갖고 주변에 얘기해온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감독 선발 직전인 지난해 12월 중순 전체 학부모들이(43명) 현직 코치였던 원 모 지원자 추천동의서를 학교측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학교장은 학부모들에게 "많은 비리에 연루된 코치로 감독자격이 없다"고 말했고 원 코치 측에 "현직 코치를 감독시키면 안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까지 발송해 반대분위기를 조성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측이 애초부터 특정인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를 가졌음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다.
이 학교 감사실은 주말야구단 운용, 학교카드 유용의혹 등에 대한 조사를 거쳐 감독지원자인 원코치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리고(12월24일) 이 사실을 본인에게 통보한 바 있다.
끝으로 감독 선발과정에 야구부 학부모들을 완전 배제한데 대한 불만이다. 경복중 야구부는 야구감독과 코치 급여, 운영비 등 제반 경비를 학부모들이 내는 기여금으로 충당하는 수익자부담 원칙에 의거 운영된다.
그러나 학교측은 감독 선발을 위해 심사위원회격인 '소위원회'를 교감과 운동부장, 외부 체육전문가 2명, 학교운영위원 등 7명으로 구성, 야구부 학부모를 전원 배제했다.
신임 감독의 급여수준도 야구부 학부모를 배제한채 이미 결정했다. 야구부 학부모 B씨는 "감독 선발에 (야구부 학부모가 아닌) 일반학부모가 들어가고 감독 연봉도 학교측에서는 돈 한푼 안내면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학교측은 "야구부 학부모가 참석하면 운영과정에서 말이 많아서 제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학교측이 특정 후보자를 배척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동시에 비리전력자를 채용하고, 감독 선발 절차에도 일부 하자가 드러나면서 야구부 운영을 둘러싼 학내갈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