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는 원내대책회에 앞서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임명 반대' 농성장을 방문해 의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이 2월 임시국회를 보이콧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릴레이 단식'에 돌입하기로 하는 등 대여(對與)투쟁 기조를 강화하면서 2월 임시국회가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한국당은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해주 선거관리위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 것에 반발해 릴레이 단식투쟁에 돌입하기로 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9대 대선에서 조 위원이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던 이력을 언급하며 "60년 선관위 역사에서 코드 캠프 인사가 선관위원이 된 적은 없다"고 비판했다.
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국당 이채익 간사는 바른미래당 권은희 간사와 함께 조 위원과 조 위원의 사위 A 씨(조 위원의 문재인 대선 캠프 이력을 삭제한 의혹),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 민주당 사무국 직원 등 4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조 위원의 사위가 일종의 인터넷 백과사전인 '나무위키'에서 조 위원의 문재인 캠프 경력을 삭제했고, 이와 관련해 윤 사무총장 등이 연루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 위원 측은 앞서 문재인 캠프에서 일한 적이 없고, 민주당 실무진의 착오로 이름이 민주당이 발행한 19대 대통령선거 백서에 들어간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다만, 한국당의 단식 릴레이를 두고서는 뒷말이 나온다.
한국당의 '좌파독재 저지 릴레이단식 계획안'에 따르면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4~5명씩 농성조를 구성해 오전 9시~오후 2시30분, 오후 2시 30~오후 8시로 2교대 한다. 장소는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 앞이다.
결국 단식 시간이 5시간 30분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사실상 단식이라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5시간 30분 동안 릴레이 단식을 하겠다고 선언했으니, 웰빙정당의 웰빙단식, 투쟁이 아닌 투정을 증명한 셈"이라고 조롱했다.
하지만 한국당의 단식과 보이콧 선언으로 올해 사실상 첫 임시국회인 2월 임시국회가 삐걱거리게 된 것은 분명하다.
민주당에서는 한국당을 비판하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4강(强) 외교의 일환으로 러시아 출장을 떠난 홍영표 원내대표가 오는 28일 복귀하면, 본격적으로 2월 임시국회 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법안이나 의료진 폭행 처벌을 강화하고 정신질환자에 대해 퇴원 후에도 외래치료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임세원 법' 등을 처리해야 한다.
또 설날 이후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문재인 정부 개각과 관련해 인사청문회도 줄지어 열릴 경우, 청문회 정국도 준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서는 '시간은 우리편'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체육계 성폭력 근절에 대한 법안이나 '임세원 법' 등이 한국당의 보이콧으로 막히는 상황이 한국당에 불리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법이 정한 2월 국회에서 당장 논의해도 모자랄 임세원 법, 체육계 성폭력 비리 근절대책, 2차 북미정상회담 등 산적한 현안을 두고 국민을 기만하는 5시간 30분 단식투쟁을 선택한 제1야당인 한국당과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국민의 분노를 전한다"고 비판했다.
여야는 아직 2월 임시국회 일정도 협의하지 않았다.
다만, 문희상 국회의장과 각당 대표 혹은 원내대표가 함께 2월 11~17일 미국을 방문하기로 한 만큼 이때 얼음 정국을 타개할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