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판매량 감소의 원인으로 달러화 강세를 지적하며 미국 외 지역에서 판매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애플 팀 쿡 최고경영자는 29일(현지시간) 2018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아이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한 843억달러(약 94조3300억원)를 기록했다.
애플은 이달 초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중 무역 분쟁과 중국의 경제 둔화 △통신사의 보조금 삭감 △달러 강세에 따른 가격 상승 △저렴한 배터리 교체 프로그램이 아이폰 판매에 영향을 줬다고 밝힌 바 있다.
팀 쿡은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아이폰 판매가 1년 이상 둔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 강세로 인해 미국 외 소비자들이 높은 제품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애플 제품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만드는 달러 강세가 신흥시장에서의 판매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 강세가 상대적으로 화폐가치가 낮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아이폰 가격 인상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팀 쿡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1월부터 미국 외 일부 국가에서 판매가격 재평가에 들어갔다며 "일부 지역에서 판매 되는 제품 가격을 작년과 비교해 외화 가치 차이를 부분적으로 또는 전부를 흡수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와 중남미 신흥시장에서 달러 강세로 상대적으로 약세인 현지 화폐가치를 재평가해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으로 향후 가격 책정 기준인 달러화에서 탈피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최근 중국과 일본 등 일부 지역에서 아이폰 판매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중국에서는 온라인 쇼핑몰(공인 리셀러)을 중심으로 최신 아이폰 모델의 가격을 최대 20% 낮췄고, 애플 판매량이 높은 일본은 통신사가 보조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보급형 아이폰XR 가격을 최대 30%까지 인하했다.
나인투파이브맥은 "애플이 환율 변동에 덜 민감한 가격으로, 특정 지역의 판매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체 마진을 줄이고 있다"고 평가 했고, BBC는 애플의 도전이 계속될 것이라며 "(세계경제 및 중국경제 둔화와 같은) 거시경제 환경이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루카 매스트리 애플 최고재무관리자(CFO)의 말을 실었다.
애플은 홍콩과 대만을 비롯한 중화권에서의 부침이 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25% 이상 매출이 감소했고, 유럽에서도 3% 가량 줄었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5% 가까이 증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애플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장분석 기관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5% 감소했다. 가성비(저렴한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를 앞세운 중국 제조사들을 제외하면 삼성전자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에는 샤오미에 인도시장 점유율 1위를 내줬다.
애플은 대신 서비스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109억달러를 기록하며 아이폰 등 하드웨어 부문 부진을 상쇄했다. BBC는 "아이폰 매출 의존도가 높았던 애플이 장기적으로 하드웨어 대신 콘텐츠와 서비스 등에 집중하는 플랫폼 회사로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