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아이삭 스쿼브(본명 박이삭·35)은 타이틀곡 '벌써 이년'을 포함해 총 5곡이 실린 새 EP '마이 스탠스'(My Stance)를 통해 꽤 묵직한 주제를 다뤘다. 1990년대 후반부터 활동한 한국힙합 1세대 래퍼이자 30대 청년인 아이삭 스쿼브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 환경을 바라보며 느낀 생각들을 거침없이 랩으로 내뱉었다.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했을 당시 직접 찍은 사진은 앨범의 커버로 활용하기도 했다.
"정치를 주제로 한 힙합을 불편해하시는 분들은 저를 굉장히 정치적인 래퍼라고 보실 수도 있겠지만, 전 그렇게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최근 미국에서는 에미넴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잖아요. 사실 그런 게 힙합 정신이거든요. 하지만 요즘 한국 힙합씬에서는 아무도 이런 주제를 얘기하고 있지 않죠. 어떻게 보면 제가 용감한 짓을 한 셈이 됐네요. (미소)"
다음은 봄비가 내렸던 지난 15일 서울 합정동에서 인터뷰한 아이삭 스쿼브와의 일문일답.
--오랜만에 신보를 낸 소감이 궁금하다.
"이렇게 금방 잊힐 줄 몰랐다. ('마이 스탠스'는 2월 26일에 발매됐다.) 예전에는 앨범이 나오면 2~3주 정도는 관심 받았었는데…이번에는 이틀 정만 만에 묻혀버린 것 같다. 하하"
--'마이 스탠스', 어떤 앨범인가.
"5곡으로 구성된 콘셉트 앨범이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을 적나라하게 해서인지 앨범을 내고 나서 마음이 굉장히 후련했다. 반응을 보고 용기를 얻기도 했다. 꽤 오래 전부터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방송을 시청해주시는 분들, 그리고 제 생각에 동의해주시는 분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셨다"
--다루기 쉽지 않은 정치 이야기를 했다.
"국민들을 힘들게 한 정치인들을 향한 메시지를 가사에 녹였다. 앨범을 듣고 저에게 한 쪽으로 치우쳐있다거나 너무 정치적인 것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젊은 세대들이 이런 일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 가사를 쓴 거다. 요즘 나라가 힘들지 않나. 젊은 사람들은 그들끼리, 또 진보는 진보 안에서, 보수는 보수 안에서 싸우는 형국인데, 어쨌거나 우리가 힘든 것은 죄 지으신 큰 어른들 때문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언제부터 준비한 앨범인가.
"2년 전부터 했다. 당시 촛불집회에 계속 나갔었다. 이번 앨범 재킷도 그때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이다. 촛불집회가 끝나고 나서 정권이 바뀌는 등 많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나. 뭔가 앨범을 내기에는 타이밍이 애매한 것 같아서 발매 시기를 계속 놓쳤다. (웃음). 그러다가 지금 시기에 앨범을 발매하게 된 이유는, 과거 일을 다 잊고 지금 현재 서로 싸우는 데에만 몰려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앨범을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전 지금의 여당을 칭찬하지도, 야당을 비판하지도 않았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나라를 아프게 했던 사람들을 잊으면 안 된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2번 트랙에 실린 '저수지 게임'이라는 곡이다. 곡 제목은 주진우 기자가 출연한 영화에서 따왔다. 가사에는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문제가 되신 연희동에 사시는 분에게 '도대체 돈은 어디 간 거야?'라고 묻는 내용이 담겼다. 국가에 내야 할 돈이 있는 분 아닌가. 그래서 그분의 과오를 따지는 것을 떠나 '알았으니까 돈은 어딨어?'라고 묻고 싶었다. 제 스탠스는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런게 랩의 메타포이고 랩으로 할 수 있는 서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국내 힙합씬에서 이런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래퍼는 찾아보기 어려운 편이다.
"요즘 래퍼들은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자기 생각만 하면서 돈, 명예, 그로인해 얻어지는 전리품들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그렇다 보니 '정준영 사태' 같은 일이 벌어진 게 아닐까도 싶다. 또, 팬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정치 얘기를 하면 '꼰대' 취급을 받고 조롱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 '아이삭스쿼브 "30대 이상이 공감하는 힙합도 있어야죠"'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