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인 유럽에서 '디젤게이트' 이후 친환경·자율주행 중심의 구조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 업계도 전기배터리와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 조사국 최다희 과장 등이 24일 해외경제포커스에 수록한 'EU 자동차시장의 중장기 발전방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중장기적으로 EU 자동차시장은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를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EU 자동차시장의 변화는 2015년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디젤게이트)이 촉발시켰다. 이후 역내 국가들은 환경 및 안전규제 강화, 나아가 내연기관 중심의 시장구조 변화 등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수출의 20% 상당을 EU시장에 의존하는 만큼, 우리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연구팀은 "EU집행위를 중심으로 각국 정부의 친환경차 육성 의지가 강력한 가운데, 역내 주요 완성차기업들도 구체적 사업전략으로 이에 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환경차 전환의 경우 아직은 디젤·가솔린 등 내연기관 차량이 EU 시장에서 대다수이나, 동력의 일부나 전부를 전기로 사용하는 전기차로의 전환이 점차 빨라질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현지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계획상 2017년 1%대였던 전기차 비중은 2030년중 20~3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자율주행차 개발과 관련해 EU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 수준을 3~4레벨로 격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위급상황만 빼고 전적으로 자율주행시스템이 제어하는 수준이다. 현재 당국은 관련 법제정비와 테스트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으나, 향후 미국과의 기술격차 축소에 중점을 두고 투자확대·기술제휴·협업 등을 확대할 전망이다.
기존 EU 자동차 시장은 미국과 달리 생산·판매의 상당부분을 역내 제조업체가 과점하는 공급체제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기동력, ICT 관련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이 적극 추진될 것이란 게 연구팀의 전망이다. 미국의 인텔·엔비디아, 중국의 바이두 등이 EU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우리 경제의 핵심부문인 자동차산업의 중점 추진과제들과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이라며 "기존 수직·폐쇄적이었던 자동차 공급망이 개방적 네트워크 형태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응전략 수립이 긴요하다"고 밝혔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종류가 적어 완성차시장 신규 진입이 쉽고, 자율주행차도 기존 완성차업체들보다 ICT업체들의 경쟁력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 업계는 이를 감안해 향후 경쟁심화에 맞서 R&D투자 확대, 전문인력 육성, 산업·기업간 협력 강화 등으로 경쟁력 제고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배터리·부품 수요 확대는 전기배터리, ICT 등 우리가 경쟁력을 보유한 산업의 수출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들 산업의 성장동력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며 "아울러 제도 정비와 인프라 구축시 일관성 있는 정책 등 중장기적 시계에서 다각적 측면을 고려한 발전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