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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자기결정권엔 임신상태 결정도 포함"…낙태죄 '헌법불합치'

법조

    헌재 "자기결정권엔 임신상태 결정도 포함"…낙태죄 '헌법불합치'

    형법 규정 66년 만에 낙태죄 '헌법에 위배' 결정
    헌재, '자기결정권 우선', '낙태죄 압박 수단' 등 고려
    결정 즉시 효력 발생하는 '단순 위헌' 결정도 3명
    현 낙태죄 유지하자는 '합헌' 결정은 2명
    2020년 12월까지 법 개정 방침

    11일 오후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밝히 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재판관들이 입정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형법에 규정된 낙태죄가 66년 만에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받았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낙태죄 처벌조항인 형법 269조·270조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만큼 현행 규정은 2020년 12월까지 유지 되고, 이 기한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2021년 1월부터 폐지된다.

    헌재는 "자기결정권에는 임신한 여성이 임신 상태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한다"면서 "임신 기간을 통틀어 이를 위반한 경우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임신 자기 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신한 여성은) 정확한 낙태 정보를 제공할 수 없고, 의료사고와 후유증이 발생하는 등 비싼 수술비를 감당해야하며, 자기낙태죄는 압박 수단으로도 악용될 수 있다"도고 덧붙였다.

    결정과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는 '단순 위헌'을 주장한 재판관 3명의 의견도 있었다.

    이은애 재판관은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는 건 임신 기간 전체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그런데 허용할 수 있는 예외적 사유를 법률로 규정하는 건 임신 여성의 자유의사를 부여하지 않고 박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일 오후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밝히 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재판관들이 입정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태아의 생명권이 더 중요하다는 낙태죄 '합헌' 의견을 냈다.

    조 재판관은 "인간 생명은 고귀한 가치이며, 이 세상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면서 "인간 존엄성과 관련해 태아와 사람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그러면서 "실제 자기낙태죄가 사문화됐어도 위 조항으로 한명의 태아룰 보호할 수 있다면 자기낙태죄 존재는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현행 규정은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형법 269조, 자기낙태죄),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부탁을 받아 낙태 시술을 했을 때 징역 2년 이하로 처벌한다(형법 270조, 동의낙태죄).

    이 사건은 2013년 A씨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고 낙태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7년에 제기한 헌법소원이다.

    낙태죄는 지난 1953년 형법에 규정된 이래 사실상 사문화됐다가, 지난 2012년 헌재에서 합헌과 위헌 의견이 4대4로 맞서 현행 처벌규정을 한 차례 유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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