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43일만에 열린 11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의 가장 큰 목적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내는 것이었다.
북미가 대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착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은 더욱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는 절박감이 컸다.
그런 면에서 이 번 회담은 북미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불씨는 살려낸 것으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는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거나, '단계적'이라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3차 북미정상회담도 있을 수 있다"는 발언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빅딜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면서도 "그 딜이 어떤 것인지 봐야 한다. 다양한 스몰딜이 이뤄질 수 있다"며 우리 정부의 중재안인 '단계적 해법' 수용 가능성을 내비친 부분도 주목된다.
특히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과 함께 북미협상을 진전시킬 단계적 해법에 대해 문을 열어둔 것으로 평가했다.
일부에서 공동 기자회견 등이 없었던 점을 들어 '노딜'이라는 주장도 제기하지만 외교가에선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양국 현안을 협상하는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공동 발표문 등 합의가 나오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한미정상의 공개된 발언보다는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문 대통령이 어떤 중재안을 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문 대통령에게 어떤 대북 메시지를 줬느냐 하는 부분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12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행사까지 만사 제쳐놓고 워싱턴까지 온 대통령을 빈손으로 김정은 위원장 만나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그 내용을 김정은 위원장한테 직접 전달하기 전에 공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전화통화에서 "한미정상회담 내용은 공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이라는 큰 방향속에서 중재안을 가져갔을 것이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의견을 냈을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우리가 대북 특사를 보내든지 물밑접촉을 하든지 할 것인데 북한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북한이 대화를 수용하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간 실무회담, 3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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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문제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아주 구체적인 방안들에 관해 아주 허심탄회한 논의가 있었다"며 "더 이상 공개를 못하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말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한편에선 청와대가 사전에 북측과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의중을 타진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대가 있는 정상회담을 다른 정상과의 회담에서 공개적으로 밝힌다는 것 자체가 외교관례에 어긋나는 것으로 북측과 최소한의 사전교감이 없이는 나올 수 없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훈 국정원장,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라인 등에서 의견조율이 있었을 수 있다"며 "대북특사 파견이나 남북정상회담이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르면 4.27 1차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계기로 4차 남북정상회담 또는 대북특사 파견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북미대화 재개를 가를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