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소속 경찰이 12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길병원 원무과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 병원 원무과 직원 2명은 수년간 가수납된 진료비 중 급여 부분 일부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환급받고도 환자들에게 되돌려주지 않고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인천지역 최대 규모 병상을 보유하고 있는 가천대 길병원이 연이은 비리로 휘청이고 있다.
특히 비리의 성격이 환자들의 신뢰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것이어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 진료비 환급금 수 억원 횡령…도덕성에 큰 상처
가천대길병원(사진=연합뉴스)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2일 환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진료비 환급금 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가천대 길병원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길병원 원무과 직원 2명은 최근 4년간 가수납된 진료비 중 급여 부분 일부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환급받고도 수 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자체 감사에 나선 병원 측도 이번 사건에 연루된 직원들로부터 비위행위를 시인 받고 이들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하지만, 환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환급금 수 억 원을 직원들이 중간에서 조직적으로 가로챘다는 점에서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가천대 길병원은 그동안 연구중심병원 지정 뇌물제공, 사건무마 불법 청탁, 쪼개기 불법 정치자금 공여 의혹 등 각종 비리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 끊이지 않는 길병원 둘러싼 각종 비리와 잡음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지난해 12월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과 길병원으로부터 불법 정치 자금을 제공받은 의혹을 받는 국회의원 15명에 대해 인천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길병원으로부터 3억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 보건복지부 국장급 간부를 구속했다. 전 길병원 원장 A씨 등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A씨 등은 당시 수사과정에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이나 인천지역 의원 15명에게 4,600만 원을 쪼개기 후원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 2014년에는 경찰이 이길여 회장 비서실로 10억 원 규모의 비자금이 흘러간 혐의를 포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길병원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당시 변호사였던 우병우 청와대 전 민정수석과 법률자문계약을 맺고 두 차례에 걸쳐 총 3억 원을 건넸다.
우 전 수석은 변호사회에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자문계약을 맺은지 석 달 만에 검찰은 이 회장을 무혐의 처리해 의혹을 사기도 했다.
◇ "이길여 회장, 길병원 비리에 최종 책임…엄정 수사 필요"전국보건의료노조 가천대 길병원지부는 지난해 12월 병원 설립 60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병원에 조합 활동 보장과 직장문화 개선, 적정임금 보장 등을 요구했다.
길병원 내에서 부당노동행위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월 정의당 윤소하 의원과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천대 길병원의 불법행위를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는 필요한 법적 조치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악재가 계속 터져 나오자 병원 측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길병원 관계자는 "안 좋은 일이 계속 터져 나와 매우 당혹스럽고 특히 인천시민께 너무 죄송하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병원의 전반적 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라고 밝혔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이와 관련해 "길병원의 비리는 최종적으로 이길여 회장에게 책임이 있다"면서 "사정당국의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