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의원과 김순례 최고위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가 5·18 망언 논란을 일으킨 김진태 의원, 김순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매듭지었지만, '솜방망이' 징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도 확장'의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당으로선 이번 징계가 '우편향'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하나의 시험대였다. 하지만 이같은 징계로는 확장성의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다.
연장선상에서 김순례 최고위원의 당직 박탈 문제와 이미 '제명' 처분을 받은 이종명 의원에 대한 의원총회 의결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가장 강력한 처분을 받은 이 의원에 대한 징계가 의총에서 무산된다면, '제식구 감싸기' 비판과 '우경화'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중앙윤리위원회는 19일 오후 2시 서울시 영등포구 중앙당 당사 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5·18 망언 당사자인 김진태 의원에게 '경고'를 김순례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김 의원에게 내려진 '경고' 징계는 윤리위가 내릴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다. 김순례 최고위원이 받은 '당원권 정지 3개월'은 이보다 다소 높다. 윤리위 징계는 수위에 따라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등 4가지로 나뉜다.
징계의 발단이 된 행사는 지난 2월 8일 김진태, 이종명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5.18 진상규명 공청회였다. 이로부터 징계가 내려지기까지 71일이 걸렸으나, 징계 수위가 실망스럽다며 정치권의 비판이 쏟아졌다.
바른미래당은 "징계를 한 것인지 ‘안마’를 한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꼬집었고, 더불어민주당은 "하나마나한 징계"라고도 비판했다.
당내에서는 징계와 관련해 의견이 분분하다. 종합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징계라는 평과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당 한 재선의원은 "김진태 의원의 경우 현장에 직접 가지 않았다는 동정론이 있었고, 김순례 최고위원은 계획적이지 않고 홧김에 얘기를 했다고 반성을 하기도 했다"며 "여러 상황을 보면 징계가 가벼운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은 당시 행사를 주최했지만 참석하지는 않고 영상축사를 통해 "5·18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행사에 참석조차 안했다"며 방어논리를 편 바 있다. 윤리위 역시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징계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편향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만만치 않다.
한 중진의원은 "이종명 의원이 제명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상황에서 경고나 당원권 정지 3개월은 상대적으로 징계가 약해 국민들이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의 우편향 논란을 씻기에 다소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5·18 망언 징계를 마무리한 뒤 '극우 편향' 이미지를 벗고, 다음달 18일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할 계획을 세우는 황 대표로서는 개운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5·18 기념재단 등 5월 단체들은 "솜방방이 징계에 분노하며 자유한국당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지적에 황 대표는 19일 인천 장애인시설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에서 국민들의 생각과 뜻, 또 우리 당 안에서의 상황과 변화에 대해 잘 종합해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황 대표로서는 고심 끝에 애매한 징계를 한 모양새가 됐지만, 5·18 망언 논란을 일부 옹호하는 당내 친박 세력의 반발을 누르기에는 적절한 징계 수위일 수 있다.
당내 반발을 최소화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친박계 지지를 업고 당선된 당대표로서의 한계를 보인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처럼 징계 수위를 두고 여러 잡음이 이는 가운데 김순례 최고위원의 최고위원 박탈 문제도 과제로 남아 있다.
애초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재직 당시 김 최고위원의 징계는 당원권 정지 10개월 이상이 검토됐다. 하지만 황 대표 체제 이후 6개월 이상 정지가 검토되다가, 결국 3개월 이상으로 징계가 결정이 됐다.
김 최고위원의 징계 완화에는 최고위원 자리를 오래 비워두기 곤란하다는 현실적인 사정이 참작됐다. 또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징계 기간이 길어지면 피선거권이 제약돼 공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최고위원 직위로 사실상 중징계를 피한 김 최고위원이지만, 당직 유지에 대해선 '3개월 정지'인지, '박탈'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당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당규를 검토하는 중이다.
황 대표는 최고위원 박탈 문제에 대해 "그렇게 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징계 내용이 어느 정도까지 해당하는지 규정을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박탈'보다는 '정지'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5‧18은 폭동"이라는 발언으로 이미 '제명' 처분을 받은 이종명 의원의 징계도 골칫거리도 남아있다. 한국당은 다음주 의원총회를 열어 이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제명은 의원총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확정해야 하기에 사실상 징계가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