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가 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노컷뉴스 DB)
5·18 39주년 기념식은 '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극우세력에 의한 5·18폄훼로 인해 1980년의 아픔을 씻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엄수됐다.
18일 오전 10시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는 제 39주년 5·18 기념식이 열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세 번째를 맞이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지도부, 5·18유족과 시민 등 5천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기념식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노컷뉴스 DB)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내년이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그때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들이 많았다"고 말을 꺼냈다.
문 대통령은 "하지만 저는 올해 기념식에 꼭 참석하고 싶었다. 광주 시민들께 너무나 미안하고 너무나 부끄러웠고, 국민들께 호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고 5·18 기념식 참석 배경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3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극우세력에 의해 폄훼되고 있는 5·18의 현실에 대해 비참한 마음을 전달했다.
그는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망언을 일삼는 일부 정치권에 대해 날선 발언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5·18의 진실은 보수·진보로 나뉠 수가 없다. 광주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바로 자유이고 민주주의였기 때문이다.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가 없다"고 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5·18 정신을 강조하며,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더이상 논란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가 할 일은 학살의 책임자와 헬기사격, 5·18 암매장, 성폭행 규명 등이다. 비극의 오월을 희망의 오월로 바꿔내는 일을 함께 하자"며 "당연히 정치권도 동참해야 할 일이다. 우리 모두 함께 광주의 명예를 지키고 진실을 밝혀내자.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자"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권에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출범을 위해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고, 조사위가 출범하면 정부가 모든 자료를 제공하고 적극 지원할 것을 기념사를 통해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 도중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기념사에 시민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기념식은 '오월 광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추모공연도 이어졌다.
특히 5·18 당시 열여섯 살의 나이로 '교복입은 시민군'이라고 불렸던 안종필 열사의 사연이 소개되는 부분에서는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안 열사는 무차별 진압에 나선 계엄군의 총탄에 1980년 5월 27일 새벽 2시 전남도청에서 목숨을 잃었다.
특히 안 열사의 조카 안혜진 양이 무대에 올라 얼굴도 보지 못한 삼촌의 이야기를 꺼냈다.
안혜진 양은 "우리 가족처럼 광주의 일년은 5월부터 시작해서 5월로 끝난다고 이야기 한다"며 "광주에서 5·18은 애증이고 아픔이고 기억 그 자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픈 기억이라 잊기보다는 그 기억들을 다잡아 제 가슴에 간직하려고 한다"며 "삼촌을 기억하고 그날 그자리에 있었던 그분들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슬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제 할머니를 위로하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기념식에서는 5·18 기념식 사상 최초로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장소인 옛 전남도청에서 이뤄지는 오프닝 공연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5·18 민주묘지와 이원 생중계해 역사성과 현장감을 동시에 제공했다.
또 이번 기념식에는 5·18 이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몸을 내던진 민족민주열사들의 가족들이 초청돼 의미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