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일본에서 중장년의 '은둔형 외톨이'가 강력 범죄를 저지르거나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일본에서 '히키코모리'로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는 장기간 집에 박혀 사회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을 뜻한다.
3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아침 등굣길에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 주택가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의 범인 이와사키 류이치(岩崎隆一·51) 씨는 히키코모리 성향을 가진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통학버스를 기다리던 초등생 등을 상대로 흉기를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이로 인해 초등학생 1명을 포함해 2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부모가 이혼하고 어린 시절부터 삼촌 부부 밑에서 자란 그는 장기간 직업을 갖지 못한 채 집에 틀어박혀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후 고령의 삼촌 부부가 과거 나가사키시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개호(介護·환자나 노약자 등을 곁에서 돌보는 것) 인력을 집에 들일지 고민하면서 히키코모리 성향이 있는 이와사키 씨가 반대할까 봐 걱정이라는 얘기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은 그의 집에서 대량 살인 사건을 다룬 잡지 2권을 발견하기도 했다. 방에 틀어박혀 이런 잡지를 읽으면서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일 발생한 전직 차관의 장남 살해사건도 히키코모리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농림수산성 사무차관(차관급)을 지낸 구마자와 히데아키(熊澤英昭·76) 씨가 도쿄도 네리마(練馬)구의 자택에서 장남 에이이치로(英一郞·44)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구마자와 씨는 경찰에 "아들이 히키코모리처럼 방에만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가정 내 폭력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3일 경찰 조사에서는 가와사키 집단 살상사건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가와사키시 20명 살상사건을 알고 있다. 장남도 남에게 해를 가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건은 아들이 인근 초등학교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고 화를 내는 것에 대해 구마자와 씨가 '주위에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꾸짖으면서 싸움으로 번져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장년의 히키코모리가 가해자 혹은 피해자로 등장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일본 사회에서는 히키코모리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히키코모리는 일본에서 경기 침체가 시작된 1990년대부터 사회 문제로 부각됐지만,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오지 않은 채 20년가량 세월이 흘렀고 20~30대이던 히키코모리 청년은 방에 틀어박힌 채 40~50대의 중장년이 됐다.
일본 내각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40~64세 히키코모리 인구는 무려 61만3천명으로 추산된다.
중장년 히키코모리 문제는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던 부모세대가 노년기에 접어들어 더는 도움을 주기 어렵게 되는 이른바 '80-50' 문제로 전개된다.
히키코모리 자녀가 50대가 되고 부모세대는 보살펴줄 사람을 찾지 못한 채 80대에 접어드는 데, 이 경우 부모와 자녀 모두 기본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히키코모리 관련 범죄를 이유로 모든 히키코모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고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히키코모리를 범죄자와 동일시하는 것은 사실에 비춰볼 때 맞지 않는 일일 뿐 아니라 히키코모리를 줄이는 데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히키코모리 경험자와 당사자의 발언을 전하는 언론 매체 '히키 포스'의 편집장은 지난달 30일 인터넷 사이트에 "세상이 히키코모리에 대해 무차별 살인범 예비군 같은 편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